[인천아시안게임] 암 이겨내고 돌아온 정미라, 기적 쏘았다

입력 2014-09-25 03:40
한국 여자사격 대표팀의 나윤경 정미라 음빛나(왼쪽부터)가 사격 여자 50m 소총 단체전에서 정상에 오른 뒤 시상식에서 환한 얼굴로 금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갑상선암을 이겨 낸 ‘미녀 총잡이’ 정미라는 이틀 전 10m 공기소총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따낸 두 번째 메달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연합뉴스
김준홍(가운데)이 24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사격 25m 속사권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동료 송종호(왼쪽) 장대규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사격이 24일 하루에만 세 개의 금메달을 추가하며 메달밭의 위용을 뽐냈다.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과 남자 25m 속사권총 개인전 및 단체전에서다.

나윤경(32·우리은행) 정미라(27·화성시청) 음빛나(23·상무)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 1855.5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이 종목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은 2연패에 성공했다.

특히 여자 대표팀의 정미라는 암을 이겨내고 따낸 금메달이기에 기쁨이 더했다. 정미라는 2012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결국 그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고 총대를 놓았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 추병길(화성시청)의 도움으로 병마를 극복하고 이듬해 다시 사대로 복귀했다. 정미라는 “다시 총대를 잡았을 땐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었다”며 “실탄을 쏠 수 있다는 자체가 정말 좋았다”고 감회에 젖었다. 이어 “금메달을 따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기적 같다”며 소감을 전했다. 병을 이겨내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가 된 정미라는 26일 주 종목인 50m 소총 3자세에서 다관왕에 도전한다.

막내 음빛나는 군인 정신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음빛나는 국군체육부대 소속으로 현역 하사다. 시상식 때도 다른 선수와 달리 거수경례를 했다. 음빛나는 “하사관학교에서 K2를 쐈는데 20발 중 19발을 명중시켰다”며 군대에서도 특등 사수임을 과시했다. 또 “군인인 것이 자랑스럽다”며 “군대에 계속 있고 싶은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음빛나는 이 부문 개인전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사격에선 김준홍(24·KB국민은행)이 남자 25m 속사권총 결선에서 31점을 기록, 30점을 기록한 장젠(중국)을 간발의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이 종목 단체전에서 장대규(39·KB국민은행), 송종호(24·상무)와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건 김준홍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 2개를 딴 김청용(흥덕고)에 이어 한국 사격 대표팀의 두 번째 2관왕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김준홍은 “나 자신을 낮추고 방아쇠를 당겼다”며 “편하게 쏘고 나오라는 대규형의 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단체전에선 한국 나이로 불혹인 장대규가 조카뻘 되는 어린 후배들을 이끌고 금빛 총성을 울렸다. 장대규는 속사권총뿐 아니라 센터파이어 권총, 스탠더드 권총 등 3종목 성적 모두 빼어난 전천후 사수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부터 이번 대회까지 아시안게임만 4회 연속으로 출전했고, 2012 런던올림픽 무대도 밟았을 정도로 경험도 풍부하다.

한국 사격은 이로써 지금까지 딴 6개의 금메달 중 4개를 단체전에서 배출했다. 한국 사격이 단체전에서 강한 것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에선 장대규가 15세나 어린 후배들을 다독이며 1위를 차지했다. 여자 50m 소총 복사 단체전에서도 맏언니 나윤경과 막내 음빛나의 나이 차는 9세나 된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