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는 지난 11일 연말정산 방식이 정부가 먼저 신고서를 작성해주고, 국민이 이를 검증·보완하는 방식으로 바뀐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같은 날 오전 기획재정부는 “보도내용은 결정된 바 없으며 지금도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실시 중”이라는 내용의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그로부터 12일 뒤인 23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새로운 정부3.0 발전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본보가 보도한 연말정산 서비스 방식이 국민 친화적으로 바뀐다는 내용이 핵심이었다.
결과적으로 10여일만 지나면 사실로 확인될 일을 기재부는 잡아뗀 셈이다. 특히 해명자료 배포 주체인 세제실 소득세제과는 정부3.0 정책의 주무부서도 아니다. 당시 이 내용이 국무회의 안건으로 확정된 상황이었던 만큼 정부 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조금의 노력만 했다면 이런 식의 엉터리 해명자료는 내지 않았을 것이다.
기재부의 ‘묻지마’ 해명 관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민일보는 지난 6월 10일자로 기재부가 작성한 문서를 바탕으로 공공기관 부채감축계획이 또다시 수정됐다는 보도를 했지만 기재부 반응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였다.
지난해 10월에는 장관이 해명자료 내용을 또다시 부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당시 한 매체가 “한국과 호주가 통화스와프 체결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하자 기재부는 즉각 “논의된 바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해명자료가 나온 지 3시간 만에 당시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통화스와프 체결을 논의 중”이라고 사실을 인정했다.
정부3.0 정책은 정보공개제도 재정비 등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재부는 사실 보도에 대해서도 ‘무조건 부인하고 보자’ 식의 대응 관행이 정부3.0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볼 일이다.
세종=경제부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현장기자-이성규] 사실 보도도 무조건 부인하는 기재부
입력 2014-09-25 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