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가권리금 보호가 자영업 살리는 필요조건

입력 2014-09-25 03:52
상가를 빌려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숙원 하나가 풀릴 전망이다. 정부가 임차인들의 ‘폭탄’이었던 상가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24일 경제장관회의에서 확정된 대책에 따르면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의 기준이 되는 권리금 산정 기준을 국토교통부가 고시하기로 했다. 또 건물주가 바뀌어도 모든 임차인이 5년간 계약기간을 보장받도록 했다. 자영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영업자의 권리금 법적 보호가 제도화된 배경에는 사실 국민일보의 노력이 컸다. 본보는 지난 1월 13∼17일 대형 기획기사인 ‘법도 외면한 돈, 상가권리금 해부’를 게재한 것을 비롯해 칼럼과 관련 기사 등을 잇따라 내보냈다. 지난 2월 박근혜 대통령과 정홍원 국무총리는 각각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발표 및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 과정에서 권리금 보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보도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상가권리금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전체 권리금 규모는 33조원으로 추정되며 회수 방해 등에 따른 피해액은 1조3000억원가량이었다. 권리금을 못 받고 쫓겨나는 임차인의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감안하면 분쟁 규모는 훨씬 극심할 것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실상은 참담하다. 자영업자 수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4.5명 중 1명꼴인 600만명에 육박한다. 청년실업과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퇴출은 청장년층을 가리지 않고 자영업의 벼랑으로 내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영업 비율이 최상위권이다. 문제는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3년 내 문을 닫는다는 사실이다. 매출 감소, 폐업 확대 등 갈수록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임차인 권리금 보호 방안을 내놓은 것은 자영업자들의 권리를 확실히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권리금 보호가 자영업자를 살리는 요체라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권리금은 상대적 약자인 임차인의 노력으로 창출된 부가가치다. 당연히 존중돼야 할 상거래 덕목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임대인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뿐 임차인의 주장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분쟁은 개인의 다툼으로 치부했다. 계약이 끝나면 건물주가 상가 가치를 올려줬다며 임차인에게 보상을 하는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과는 너무 달랐다.

이번 대책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용산 참사를 낳은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권리금 보호는 배제돼 있다. 임대료 상승 가능성을 우려하는 부동산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또 임대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침해, 재산권 행사를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조처를 환영한다. 정부는 법제화 과정에서 미비점은 보완하고,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곳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