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금빛 물살 가른 ‘연습벌레’ 김예지

입력 2014-09-25 05:16
김예지가 24일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조정 여자 싱글스컬 결선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울먹이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충주 탄금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조정 여자 싱글스컬 결선. 8분46초52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김예지(20·포항시청)는 배 위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조정의 역대 두 번째 금메달을 따냈다는 기쁨과 2년 전 런던올림픽 때의 아픔이 교차한 듯했다.

김예지는 2년 전 앳된 여고생으로 부푼 꿈을 안고 런던올림픽 조정 싱글스컬에 출전했다. 2조 6번 레인에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던 그녀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경기를 앞두고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시합 직전 몸이 안 좋아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는 바람에 몸을 못 풀어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8분4초68로 전체 26위. 상위권 선수들과 무려 40초 이상의 차이가 났다.

속이 상한 김예지는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해 더욱 힘차게 노를 저었다. 그리고 마침내 2006 도하아시안게임 남자 싱글스컬의 신은철 이후 한국 조정 역사상 두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자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정상에 올랐다.

김예지는 서울체중 1학년 때 조정 노를 잡았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 대학생과 겨뤄 4위를 차지할 만큼 ‘될 성 부른 나무’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런던올림픽 아시아예선에 출전해 2위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김예지는 본선 19위에 그쳤지만 그해 아시아주니어선수권에는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조정 월드컵에 출전해 싱글스컬 8위를 기록,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김예지는 힘든 훈련과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흔들리기도 했다. 그는 “서울체중·고교 시절 힘들어서 도망가기도 했고 김용준 감독님에게 짜증을 내고 대들기도 했다”며 “그때마다 감독님이 저를 감싸 주고 다잡아주셨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대비해 화천에서 3개월 동안 지옥훈련을 했다. 윤용호 조정 대표팀 감독은 “육상·수상 체력훈련이 정말 힘들었을 텐데 묵묵히 해낸 김예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김예지는 “훈련도 힘들었고, 100일 가까이 집에 못 가는 것도 힘들었다”며 “하지만 내가 선택한 운동이니까 힘든 건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의젓하게 말했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