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특권의식-김 의원의 경우

입력 2014-09-25 03:05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꿈꿨다. 군부독재 시절이 끝나고 3김 시대를 거쳤지만, 우리 사회에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특권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는 인식에 기초한 것이다. 그래서 노무현정부 5년 동안 법을 어겨도 얼렁뚱땅 법망을 벗어나거나, 교묘한 방법으로 병역·납세 의무마저 이행하지 않은 특권층은 잔뜩 위축됐다. 정경유착이나 권언유착의 고리가 약해지면서 특권층의 횡포나 발호도 크게 줄었다.

그 이후엔 국회의원을 비판할 때 ‘특권’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곤 했다.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과도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 지도부는 이를 의식해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수차례 다짐했지만 가시적인 성과물은 거의 없는 상태다.

#요즘 다시 ‘특권층’이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친노계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과 세월호 가족 대책위 임원들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사건이 계기다. 양쪽 주장이 다르지만 대리기사와 목격자들의 일관된 주장에 따르면 ‘너무 오래 기다려 그냥 가겠다’는 대리기사에게 김 의원은 “야, 너 거기 안 서.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소리쳤다. 그러자 대책위 임원들이 국회의원에게 공손하지 못하다면서 대리기사와 말다툼을 벌이다 집단폭행으로 이어졌다. 현장을 지켜본 행인들은 술 취한 대책위 임원들을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다. 대리기사도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대리기사가 경찰서에서 조사받을 때 그들 모두는 진술을 거부하고 병원이나 집으로 갔다. 피해자만 조사를 받은 셈이다. 대리기사는 갈비뼈 2개가 부러졌다고 한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대책위 임원들은 지도부에서 사퇴한 뒤 19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김 의원은 23일 영등포경찰서에 출두했다. 경찰에서 대책위 전 임원들은 쌍방 폭행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대리기사에게 반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하다.

일부는 술 탓을 한다. 올바른 지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 머릿속에 특권의식이 없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반말과 진술 거부 등은 그들의 특권의식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번에 엄한 벌을 받으면 특권의식이 사라질까. 국민들의 배신감과 상실감도 크다. 특권층의 자중자애를 당부한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