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결승전.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고전하던 한국은 경기 종료 1분 전 64-66까지 따라붙었다. 9초를 남기고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가드 이미선(35·용인 삼성)이 상대 선수의 볼을 가로챈 것. 그런데 파울 휘슬이 울렸다. 오심이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속공 기회를 잃고 자유투를 내준 한국은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결국 중국에 2점을 더 내주며 64대 70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미선은 24일 “너무 아쉽고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4년 전 아쉽게 금메달은 놓친 이미선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생애 첫 국제대회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농구화 끈을 단단히 동여맸다. 대표팀의 최고참 선수이자 주장인 이미선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은퇴할 예정이어서 의욕이 남다르다.
1999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이미선은 지난 15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해 왔지만 국제대회 금메달이 없다. 대표팀 막내로 출전한 2000 시드니올림픽 때 4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지만 이후 준우승만 4차례(2001 동아시아대회·2002 부산아시안게임·2005 아시아선수권대회·광저우아시안게임) 기록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은 이미선이 첫 금메달을 거머쥘 절호의 기회다. 2014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쳐 라이벌인 중국과 일본의 주전선수들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여자 프로농구 1진 선수들이 대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일본 선수들은 키가 작지만 빠르고, 중국 선수들은 빠르진 않지만 키가 크기 때문에 양쪽 모두 버겁다.
이미선은 “이번이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며 “모든 경기를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더욱 긴장하고 집중해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8강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대표팀이 결승전까지 치러야 할 경기는 3경기다. 한 차례라도 패할 경우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0년 만의 꿈메달 꿈은 물거품이 된다. 한국은 28일 몽골, 홍콩차이나, 카자흐스탄, 네팔, 카타르로 구성된 예선 A조 1위 팀과 준준결승을 치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10월 1일 인도와 일본 경기의 승자와 준결승을 치르게 된다. 대망의 결승전은 다음날인 2일 열린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의 ★! 그대-⑪ 여자 농구 이미선] 태극마크 마지막 코트… 첫 금메달 도전
입력 2014-09-25 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