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미경 (11) 19대 무소속 낙선에 ‘고민 끝, 기도 시작’ 결단

입력 2014-09-25 04:47
2012년 4월 무소속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정미경 당시 후보가 지역구인 경기도 수원 권선구에서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소속으로 어렵게 선거를 치를 때였다. “공천만 되면 당선인데…” 하면서 날 보고 우는 지지자분들이 계셨다. 그분들이 우는 거 보고 나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고마워서였다. 우는 나를 보고 또 다른 지지자들이 울었다. 그렇게 눈물이 전염됐다.

선거 유세 중 차에 올라타면 기도가 나왔다. 한데 “꼭 이기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가 나오지 않고 “하나님 하나님 제 눈물을 잊으시면 안 돼요. 분명히 저는 잊게 될 거예요. 그래도 하나님은 잊지 마세요”라는 기도가 나왔다. 돌이켜보면 이기게 해 달라는 기도보다 더 처절한 기도였던 것이다. 새벽기도에 가서는 “하나님 저 너무 힘들어요. 하나님 저와 동행하는 거 대신에 저 그냥 업어주세요”라고 말했다. 계속 업어 달라고 떼쓰듯이 기도했다.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자칫 다시는 정치를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모험이었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그런 걸 깊이 생각하고 무소속 출마 선거를 감행한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마음과 몸이 움직여 그렇게 한 것이다. 4년간 국회의원으로 너무 열심히 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냥 어쩔 수 없었다. 하나님께서 큰 그림을 그리며 등을 민다는 느낌이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사람들이 “(정치생명) 끝났다”고 수군거렸다. ‘끝났다’는 말 어디서 많이 들었던 소리라 “또 시작이구나” 싶었다. 세상의 나쁜 말을 염두에 두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하나님이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믿었고, 그때를 위해서 준비하자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나는 마음속으로 ‘5만명 계획’을 세웠다. 5만명의 지지를 받으면 무소속 당선도 가능해 보였다. 성경도 열심히 읽었다. 구약을 이렇게 열심히 읽었던 적이 없었다. 하나님께서 엘리야에게 나타나셔서 했던 말씀을 읽고 또 읽었다. “내(하나님)가 나(하나님)를 위하여 이스라엘 안에 칠천 명을 남겨두었나니 모두 바알에게 무릎을 꿇지 아니하고 모두 바알에게 입 맞추지 아니한 자들이니라.”

엘리야를 위하여 7000명을 남겨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을 위하여 7000명을 남겨둔 것이다. 마치 내게 하시는 말씀 같았고, 하나님이 숨겨놓은 그 7000명이 지금 내 곁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혜로웠다. 혼자만이 비밀을 안 것처럼 행복했다.

내 주변의 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하나님께서 나를 더 크게 쓰시려고 연단하시는 것”이라고 위로해주셨다. 그럴 때마다 자꾸 고민하게 되었다. ‘진정 이것이 연단일까’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살면서 우리가 가는 길에 꽃길만 있을까? 늪만 있을까? 높은 산만 있을까? 깊은 바다만 있을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길도 있고, 늪도 있고, 높은 산도 있고, 깊은 바다도 있고, 넓은 평원도 있을 것이다. 가다보면 당연히 늪을 만나게 되고 늪이니까 빠지게 된다. 늪에서 잘 걸어 나오면 되는 것이지 굳이 왜 빠졌을까를 고민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시련이 다 연단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 기도 시작’ 하면서 즐겁게 기도했다. 낙선 후 사람들이 ‘인내의 시간’이라고 말할 때 나는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조급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하나님이 내게 훈련시키시며 가르치신 결과물이었다. 조급해하지 말라. 하나님은 타이밍을 놓치시지 않는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즐겁게 때를 기다려라.

그러고 나서 변호사 일을 열심히 했다. 종합편성 채널 패널로 출연하여 정치와 사회 이슈를 분석했다. 나를 알아봐주시고 인정해주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럴수록 하나님이 어떻게 세워주실까 점점 기대감이 커져 갔다.

그리고 2년 만에 다시 기회가 왔고 지난 7·30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재선 국회의원이 된 것이다.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말했다.

정리=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