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직격 인터뷰] 김영석 체육부장이 김성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을 만나다

입력 2014-09-26 03:18
김성일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조직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구성찬 기자

"손가락이 없어도 배드민턴 칠 수 있어요. 팔이 없어도 수영할 수 있어요. 다리가 없어도 달리기 할 수 있어요. 발가락이 없어도 축구할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의 관심이 없으면 경기를 할 수 없어요."

2014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올해 공모했던 '어린이·청소년 백일장 수상작' 중 하나다. 김성일 조직위원장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거론하는 글이다. 지난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대한장애인체육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사회 지도층의 관심에 대해 "무진장 낮다"고 솔직히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은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땀을 흘려온 살아있는 영웅을 만나 볼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의 현장"이라며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공군참모총장과 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은 잘 어울리지 않는데, 장애인 체육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신문 기사 하나가 나를 바꾸었다. 공군참모총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6년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구성된 곰두리축구단이 연습장이 없어 전국을 떠돈다는 내용이었다. 곧바로 공군사관학교에 연습장을 마련해줬다. 그런데 전역할 때 이들이 유니폼을 갖춰 입고 전역식에 참석했다. 이것이 인연이 돼 장애인축구협회장을 맡으면서 이후 쭉 이 분야 일을 하게 됐다.”

-솔직히 공군참모총장과 장애인스포츠단체 수장 중 어느 쪽이 힘든가.

“전체적인 운영 면에선 공군참모총장이 힘들다. 그러나 장애인스포츠 분야의 경우 내가 수양이 덜돼 있고,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장애인 선수와 학부모들을 만났을 때 어떤 점이 가슴 아팠나.

“개인적으로 장애인 선수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선수 이후의 삶도 자신의 스포츠 분야와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었다. 선수생활 이후에도 훈련을 잘 시켜서 장애인 스포츠 행정가 또는 전문가들을 만들고 싶었다. 일부 장애인 선수의 부모들을 만나보면 자기가 살아있을 때 자녀가 죽는 걸 원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죽고 난 이후 자식들의 힘든 상황을 볼 수 없다는 거다. 자식을 먼저 보내고 싶은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장애인 선수들에게 선수 이후의 삶도 마련해주는 행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족하다.

“올해 러시아 소치패럴림픽 기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응원 현장에서 다섯 번 만났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도 거의 상주했다. 모스크바를 소치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가적 관심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반면 우리 지도층 인사들의 관심도는 무진장 낮다. 사실 관심이 없다고 해야 맞다.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보면 인천아시안게임은 언급하면서도 장애인아시안게임에 대해선 말을 하지도 않고 잘 알지도 못한다. 답답하다.”

-‘열정의 물결, 이제 시작이다!’라는 슬로건의 의미는.

“장애를 딛고 인간 한계를 너끈히 건너뛰는 그들을 보면 살아있는 영웅이 따로 없다. 열정을 가지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장애인의 열정과 도전의식을 보여주는 감동의 드라마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담아 정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비장애인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점이 있다면.

“우리 비장애인들 가운데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쉽게 좌절하는 사람들이 많다. 장애인 선수들의 몸짓을 보면서 좌절을 뒤집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살아있는 인생교육이다.”

-인천아시안게임은 2위가 목표인데,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도 2위가 가능할까.

“광저우대회 때 3위를 했다. 홈경기인 데다 선수들이 착실히 준비한 만큼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어떻게 국민들의 관심을 모을 것인가.

“소치패럴림픽은 물론이고 영국 등 서구 선진국가에서 열리는 경기를 보면 상당수 경기장이 꽉 찬다. 암표를 사야 할 정도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개·폐회식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를 공짜로 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 제 구상이긴 하지만 인천 지역 초·중·고교가 휴교를 하고 관람을 했으면 한다. 과거의 동원식 응원이 아니라 살아있는 교육 현장이 될 것이다. 교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 그런 모습들이 장애인 선수들에겐 희망이 된다.”

-국가와 기업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제 경기가 국내에서 열리면 대충 국비가 3분의 1, 시비가 3분의 1, 후원금 3분의 1로 예산을 짜도록 되어 있다. 비장애인 경기의 경우 마케팅 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후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장애인 경기의 경우 기업 후원금을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경기는 국비 부담을 6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김영석 체육부장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