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외교, 北 인권상황 개선 위한 남북대화 제의

입력 2014-09-24 05:28
박근혜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사무총장 관저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오른쪽),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대화를 제의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주재로 뉴욕 맨해튼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개최된 ‘북한 인권 고위급 회의’에서 “남북 간에 인권대화와 인도적 문제 전반에 대한 포괄적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지난 13일 다른 나라와의 인권대화를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윤 장관은 “북한이 인권대화와 관련한 의지를 내비친 것을 환영한다”면서 “북한이 진정으로 인권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유엔 인권 메커니즘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납북자 문제, 국군포로 및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아울러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해 북한인권사무소를 한국에 개소하기 위해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케리 장관은 북한의 정치범 강제 수용소를 ‘사악한 제도(evil system)’라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폐쇄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미국인 관광객 매튜 토드 밀러(24)에게 6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것을 거론하면서 “북한과 같은 데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으면 과연 우리가 누굴 옹호하고 지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여기 모인 우리는 한목소리로 북한 정부에 촉구한다. 북한은 정치범 수용소를 즉각 닫아야 한다. 이 사악한 시스템을 폐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케리 장관의 강도 높은 비판은 순탄치 않은 미국인 억류자 석방 협상 등 최근 미국과 북한 간의 냉랭한 관계를 다시 확인시켜준다는 분석이다.

‘중대한 불평등-북한의 인권위반 조명’이라는 제목의 이날 회의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제이드 알 후세인 신임 유엔 인권최고대표, 탈북자 신동혁씨 등이 참석했다. 알 후세인 인권최고대표는 “북한의 인권 침해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움직이도록 국제사회가 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강력 반발했다. 자성남 유엔대표부 대사는 22일 북한 유엔대표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인권을 논의하는 자리에 당사국인 북한이 참석해 입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에 참석 요청을 해놓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유엔의 공식회의가 아니고,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 발표 이후 북측의 인권개선 노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북한의 참석을 불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장관과 케리 장관은 같은 장소에서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응을 비롯한 양국 공통의 현안을 논의했다.

윤 장관은 기시다 외무상과 한·일 양자회담을 갖기로 하고 일정을 협의 중에 있다.워싱턴=배병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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