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들 합세해 50여곳 초토화… IS 격퇴 일단 성공

입력 2014-09-24 05:1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본거지가 있는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예고한 지 보름도 안돼 대규모 공습에 나섰다.

하지만 공습은 IS 격퇴를 위해 필요한 조치의 일부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 위험성 높은 대(對)IS 군사작전의 제1막이 오른 데 불과하다. 향후 IS 세력을 조기에 붕괴시키면 중동이 안정을 되찾겠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이기지도 못하고 철수한 ‘제2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IS와 호라산 근거지 등 50곳 초토화 작전=미 중부사령부는 시리아 현지시간으로 23일 오전 3시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9시30분) IS에 대해 해상과 공중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공격에 나섰다. IS가 대처하기 가장 취약한 새벽 시간대를 고른 것이다. 공습 날짜 또한 예상보다 며칠 빠른 것으로, IS가 공습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격적으로 시간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습은 IS가 수도라고 선언한 시리아 동북부 라카와 이라크 접경지인 동부의 데이르에즈조르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우선 홍해에 대기하고 있던 미 구축함 알레이버크에서 토마호크 미사일이 발사됐고, 이후 시리아 주변국 지상에서 발진한 공군 전투기와 페르시아만에 대기하고 있던 항공모함 조지 HW 부시호에서 출동한 해군 전투기 등이 동원됐다. 특히 목표물의 위치정보가 정확히 입력돼 있는 47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IS의 본부와 폭탄 생산공장, 보급시설, 훈련캠프, 기타 주요 병참기지 등에 큰 타격을 가하면서 IS가 저항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는 이번 공격 대상에 미국에 대한 테러를 모의해온 시리아 서부 알레포 지역의 또 다른 무장단체인 호라산(Khorasan) 그룹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AP통신은 라카 소식통을 인용해 “공습으로 주위가 대낮같이 환해졌고, 2시간 이상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는 “50여곳의 IS 기지가 공격받았고 70명의 IS 대원들이 숨졌다”고 밝혔다. SOHR은 알레포 지역에서도 호라산 그룹 대원 50명과 민간인 11명이 숨졌다고 덧붙였다. 또 대원과 민간인 등 300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 중 100명은 중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초기에 기세를 장악한다는 목표로 90분간의 1차 공습 이후 몇 시간 동안 추가 공습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적 성공”, 사실상 전면전 수준 공습=미국 주도의 공습에는 아랍 국가들도 동참했다. 미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 4개국이 ‘공습에 전면적으로 동참했다’고 말했다. 카타르는 군용기를 보내 지원했지만 직접 공습하지는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5개국의 동참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습은 지금까지 190회 이상 단행된 이라크 내 IS에 대한 공습과는 규모와 질적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났다. 이라크 공격이 군용트럭이나 진지 등 개별적 목표에 한정됐다면, 이번에는 IS의 본부와 전략적 거점들을 정조준한데다 동원된 무기의 성능이나 폭격의 강도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사실상 전면전 수준이었다.

◇지상전은 토착군 활용, 장기화 우려=관심은 앞으로 IS 격퇴 작전이 언제, 어떤 식으로 추가 전개되느냐 하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일단 50여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연합전선의 공습과 현지 토착군을 활용한 양면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상전은 미국과 서방국가들의 참여 없이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군, 시리아 온건 반군을 앞세워 진행될 전망이다. 미국은 1년 내에 사우디아라비아 훈련소에서 5000명 이상의 반군을 훈련시킨 뒤 IS에 맞서 싸우게 한다는 계획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IS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전쟁’의 성격을 지니면서 본격적인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11년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군한 미국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새로운 중동전의 수렁으로 또다시 빠져든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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