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앞에 아!… 쑨양·하기노가 들어왔다

입력 2014-09-24 05:55
박태환이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8초33을 기록해 중국의 쑨양(3분43초23)과 일본의 하기노 고스케(3분44초48)에 이어 3위에 그치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인천=이병주 기자

‘마린보이’ 박태환(25)이 부담감에 발목을 잡혔다.

박태환은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8초33을 기록하며 동메달을 땄다. 중국의 라이벌 쑨양(23)이 3분43초23으로 금메달을 땄고, 일본의 신예 하기노 고스케(20)가 3분44초48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2006년 도하대회와 2010년 광저우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박태환은 200m에 이어 400m에서도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자유형 400m는 박태환에게 특별한 종목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2007년과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 박태환의 주종목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실격 판정과 뒤이은 번복 등으로 페이스를 잃어 쑨양에게 금메달을 내줬었다. 이번 대회에서 쑨양에게 설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으려던 박태환의 꿈은 아쉽게 끝났다. 반면 쑨양은 이번 대회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따내며 중장거리 1인자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박태환의 이날 기록은 광저우대회에서 세운 3분41초53은 물론 지난달 팬퍼시픽선수권대회에서 시즌 랭킹 1위를 기록한 3분43초15보다 훨씬 뒤진다. 기록이 후퇴해도 너무 후퇴했다. 그동안 수많은 대회를 경험했던 박태환이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데다 자신의 이름을 딴 수영장에서 경기한다는 점에서 여느 때보다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관중은 그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가득 채웠지만 오히려 박태환의 어깨를 짓눌렀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누리기는커녕 독이 된 셈이다.

박태환의 전담 코치인 마이클 볼 코치는 “박태환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지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박태환이 자유형 200m나 400m에서 특유의 막판 스퍼트를 내지 못한 것은 몸에 힘이 들어간 채로 경기하다 보니 체력소모가 컸기 때문이다. 경기에서도 300m까지는 쑨양이나 하기노와 대등하게 경기를 치렀으나 이후 급격히 속도가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경기를 마친 후 박태환은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며 “많이 힘에 부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00m 경기가 끝난 후 관중들이 ‘잘했다’며 위로를 해주셨지만 그럴수록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며 이번 대회에서 부담감이 컸음을 드러냈다.

비록 주력 종목인 200m와 400m 그리고 계영 800m에서 잇따라 동메달에 머물렀지만 박태환에게는 아직 자유형 100m·1500m, 계영 400m, 혼계영 400m 등 4경기가 남아 있다. 이 가운데 자유형 100m는 박태환이 광저우대회 때 금메달을 땄던 종목인 만큼 이번에 2연패를 노려볼 수 있다. 이날까지 박태환의 아시안게임 개인 통산 메달은 총 17개(금6, 은3, 동8)로 늘었다.

한편 한국 수영은 박태환이 뛴 경기 말고는 사흘째 메달 하나 건지지 못했다.

인천=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