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회가 첫 외부활동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비대위 구성과 전당대회 룰을 놓고 날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박영선 비대위’는 ‘문희상 비대위’에 비하면 계파 갈등의 전주곡에 불과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호남을 대표하는 박지원 비대위원은 23일 트위터에 “문 위원장에게 발언을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다”고 적었다. 문 위원장이 최근 ‘모바일 투표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직접 겨냥했다. 박 위원은 “(모바일 투표 도입이) 가장 큰 문제”라며 “비대위가 출범하자마자 이런 시비가 시작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모바일 투표는 전당대회 투표권을 일반 국민에게 부여하게 하는 제도로 2012년 6월 전당대회에서 처음 도입됐다. 친노(친노무현)계에 유리한 방식으로 여겨지면서 전대 룰을 둘러싼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로 분류된다.
중도파 의원들이 비대위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소속인 김영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위 쌍문동(문희상·문재인) 체제가 만들어진 것”이라며 “차라리 이 두 분이 당을 책임 있게 이끌고 심판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집모 소속 다른 의원들도 문 위원장을 방문해 “중도 몫의 비대위원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비대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로 첫 외부활동을 시작했다. 문 위원장은 방명록에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 나온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한자로 남기며 비장한 각오를 되새겼다. 그러나 그가 ‘계파 갈등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당 안에는 계파 갈등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존재한다. 한 당직자는 “박영선 비대위 때가 차라리 전주곡에 불과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논평을 내고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사퇴 파동을 ‘박근혜정부의 고질병인 수첩인사에 따른 인사참사’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수첩으로 국정운영을 대신할 수는 없다”며 “참여정부의 인사시스템을 한번 되짚어 보라”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가 정치 현안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힌 것은 7·30재보선 패배로 공동대표에서 물러난 뒤 처음이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박지원 “문희상 발언 조심하라” 새정치 비대위 시작부터 신경전
입력 2014-09-24 04: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