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② 인도 뭄바이

입력 2014-09-25 03:21
김의철 목사가 지난 10일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 있는 산치타 자다브의 집에서 산치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지난 10일 인도 뭄바이에 사는 자람 자바드(왼쪽 세 번째)의 집에서 자람의 가족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의철 목사(가운데).
소녀는 한 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걷지도, 일어서지도 못한다. 매일 아침이면 어머니 등에 업혀 학교에 간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약 3㎞. 수업이 끝나면 다시 어머니에게 업혀 집으로 돌아온다. 방과후엔 방 안 작은 나무의자에 앉아, 혹은 방바닥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소녀의 이름은 산치타 자다브(8). 그는 인도 뭄바이 슬럼가 중 한 곳인 칸대카르 메이단에 살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월드비전 밀알의 기적 방문단과 함께 산치타의 집을 찾았다. 온갖 오물이 나뒹구는 언덕길을 10분쯤 걸어 올라가야 나오는 작은 판잣집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예쁜 노란색 원피스를 입은 산치타가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방문단장인 김의철(54·인천 송도가나안교회) 목사가 산치타의 손을 잡고 물었다. “노래하는 거 좋아하니?” 산치타는 곧바로 학교에서 배운 동요를 불렀다. 작은 왼손으로 무릎을 치며 박자를 맞추는 모습이 애틋했다.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잠시 허공을 바라보던 산치타는 “가수”라고 답했다.

예쁜 옷에 머리도 곱게 빗은 산치타와 달리 가족들의 입성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가난은 집안 곳곳에서 묻어났다. 33㎡(약 10평) 크기의 집에 사는 산치타의 가족은 아홉 명. 산치타는 어머니와 아버지 외에 할머니 삼촌 고모 사촌 등과 함께 살고 있었다.

산치타 가족 전체의 월수입은 250달러(약 26만원) 수준이었다. 아버지와 삼촌은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어머니와 할머니는 차파티(화덕에 구운 밀가루빵)를 내다 팔아 생활비를 번다.

다행스러운 건 산치타가 2011년부터 월드비전의 후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월드비전이 선물한 보행보조기는 큰 도움이 됐다. 어머니 남라타 비시완스 자다브(40)씨는 “보조기 덕분에 어른들 부축을 받으면 제 힘으로 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밀알의 기적 방문단이 뭄바이 슬럼가 곳곳을 누비며 만난 아이들 중 상당수는 산치타처럼 기구한 삶을 살고 있었다. 신장병을 앓는 자람 자바드(15)를 만난 곳 역시 슬럼가였다.

자람이 사는 곳은 빈민촌 아샥 나가르 마을. 마을 옆 하천엔 시커먼 물이 흘렀고 악취가 지독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자람은 태어날 때부터 신장이 안 좋았는데, 2년 전부터 상태가 악화됐다. 현재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 투석을 받는다. 청소부인 아버지와 가정부인 어머니가 버는 수입은 월 90달러(약 9만원)밖에 안 된다.

아버지 라즈시 자바드(44)씨는 “2년 전 아들이 많이 아팠을 때 월드비전에서 병원비를 지원해준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면서 “월드비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들에게 정말 안 좋은 일이 생겼거나 이웃에게 또 돈을 빌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람의 집안 곳곳엔 코끼리 형상을 한 힌두교의 신 가네샤의 조각상이 놓여 있었다. 인도 대부분 가정이 그렇듯 자람의 가족 역시 힌두교 신도들이다. 김 목사는 자람의 부모에게 아들을 위해 주님께 기도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해 승낙을 받았다. 그는 자람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했다.

“주님이 우리의 몸을 만드셨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향한 믿음으로 기도드립니다. 주님께서 이 아들을 지켜주십시오. 이 아들의 고통을 거두어주십시오.”

김 목사는 영양실조로 성장이 더딘 한 빈민촌 아이를 만난 자리에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월드비전을 통해 한 아이를 후원할 때 매달 필요한 금액은 피자 한 판 값인 3만원에 불과하다”며 “이 후원이 곧 생명을 살리는 일이란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품에 안아도 아이들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음이 정말 아프네요. 한국에 돌아가면 제가 아는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인도 아이들과 결연을 맺으라고 독려할 생각입니다. 아이들에게 세상엔 아직 따뜻한 사람이 많고, 너희들을 위해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요.”

뭄바이(인도)=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