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나눔 실천하면 그들도 주님의 뜻 알게 되겠지요”

입력 2014-09-25 03:24
지난 9일 인도 뭄바이 월드비전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뭄바이 동부 지역 사업장 직원들. 월드비전 제공

지난 9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 사키나카 지역의 한 사무실에 아침부터 찬송가가 울려 퍼졌다. 직원들은 기타 반주에 맞춰 큰 목소리로 노래했다. 찬양이 끝나자 이번엔 다함께 여호수아 1장 9절 말씀을 읽었다.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하느니라 하시니라.”

이곳은 월드비전 뭄바이 동부지역사업장 사무실. 월드비전 직원이라면 어느 나라건 예배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뭄바이 사무실 풍경은 이색적이었다. 인도는 전체 인구(12억여명)의 80% 이상이 힌두교를 믿는 ‘힌두교의 나라’다. 크리스천 비율은 전체 인구의 1% 수준이다.

예배가 끝나자 사람들은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했다. 사업장 업무를 총괄하는 감리엘 셰리오(47) 지부장은 “기독교인이니 당연히 하루를 예배로 시작하는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저희가 믿는 종교는 인도인들의 종교와 다르지만 종교 때문에 활동이 위축되는 일은 없습니다. 월드비전의 목표는 선교가 아닌 봉사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눔을 열심히 실천하다 보면 인도인들도 언젠가 기독교에 호의를 갖고 서서히 주님의 뜻을 알아갈 것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한국월드비전은 2001년부터 이곳 사업장을 후원했다. 후원기간은 내년 9월까지다. 지난 13년간 사업장 직원들은 한국월드비전의 후원을 바탕으로 보건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벌였다. 그동안 혜택을 받은 뭄바이의 수혜자는 4만6000여명에 달한다.

이곳 사업장이 역점을 둔 분야는 아이들의 건강 문제였다. 슬럼가에 사는 0∼5세 아동 중 47%가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와 비위생적인 주거환경 탓에 수인성 전염병에 시달리는 아이도 적지 않다. 사업장 직원들은 지역 아동들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했고 지역 보건기관 등과 협력해 슬럼가 위생·보건 환경 개선에 힘썼다.

이날 사업장 직원들은 한국 후원자들에게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셰리오 지부장은 “한국인들이 인도에 보여준 사랑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그 사랑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이미 열매를 맺고 있다는 점을 한국 후원자들에게 꼭 알려 달라”고 당부했다.

“내년에 후원이 끝나면 사업장도 없어지지만 그동안 주민들 의식을 개선하기 위해 벌인 사업들은 이미 지역사회에 하나씩 안착하고 있습니다. 남은 기간 교육의 중요성을 계속 환기시키고 아동들이 더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쓸 생각입니다.”

뭄바이(인도)=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