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책, 하나님의 도구

입력 2014-09-24 03:24 수정 2014-09-24 09:51
송광택 목사(바울의교회)

“네가 올 때에 내가 드로아 가보의 집에 둔 겉옷을 가지고 오고 또 책은 특별히 가죽 종이에 쓴 것을 가져오라.”(딤후 4:13)

19세기 영국의 설교자 찰스 스펄전은 이 본문을 읽다가 큰 인상을 받고 다음과 같이 설교했습니다. “바울은 성령 충만함을 받았으나 책을 원했습니다. 그는 적어도 30년간을 설교했으나 책을 원했습니다. 그는 부활하신 주님을 직접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원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책을 원했습니다.…”

스펄전은 세살 때 ‘천로역정’의 목판화 그림을 끝까지 보면서 최초로 독서 경험을 했습니다. “내가 처음 그 책을 읽다가 한 신자가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목판화 그림을 보고서는 너무도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가 오랜 순례 끝에 그 짐을 벗어버리는 순간 나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우리는 독서가 인류의 역사 가운데 검증된 ‘변화의 힘’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읽은 책과 만난 사람과 우연한 사건들로부터 배우려는 습관을 길렀다”고 말했습니다. 링컨은 생전에 ‘워싱턴의 일생’에서 애국심을 배웠고, ‘이솝 우화’에서 재미있게 말하는 법을 배웠으며, ‘천로역정’을 통해 신앙생활을 깨우쳤다고 회고했습니다.

둘째, 교회 역사는 독서가 하나님의 도구라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독일 경건주의의 아버지 필립 야곱 스페너는 영적으로 침체된 독일교회를 염려하던 시기에 마르틴 루터와 청교도의 책들을 접했습니다. 이를 통해 그의 교회개혁 방안을 ‘경건한 소원’에서 제시했습니다. 감리교 창시자인 존 웨슬리도 한 집회에 참석했다가, 루터의 ‘로마서 주석’ 서문을 읽는 소리에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사건은 웨슬리가 전도자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20세기에 CS 루이스는 많은 저작물을 통해 가장 영향력 있는 기독교 변증가로 활약했고, 그의 영향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적 지도자 만들기’를 쓴 로버트 클린턴 교수는 저서에서 하나님이 영적 지도자를 만드는 과정을 추적하다가 하나님께서 책을 사용하셨음을 깨달았습니다. 책과 독서는 그 자신의 생애도 변화시킨 요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매일 밤 내가 잠들기 전에 성경 동화책을 읽어 주셨다. 또 어머니가 공립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첫 번째 대출 카드를 만들어준 것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나는 독서하는 습관을 일찍 갖게 됐지만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하나님께서 책을 통해 나에게 말씀하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는 이 간접 경험을 통해 나의 생애에 많은 것을 주셨다.”

이제 디지털 환경은 아날로그의 상징인 종이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은 기독교 고전과 양서를 가까이해야 합니다. 기독 서점들이 문을 닫고 책 읽는 성도들이 줄어드는 것은 교회의 미래를 어둡게 합니다. 성경뿐만 아니라 신앙 선배들의 영적 유산이 보화처럼 간직돼 있는 신앙 전기를 읽읍시다. 깊고 넓은 독서를 통해 하나님과 더욱 가까워지고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