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젊은 공무원들만 상대적 박탈감?… 연금 개혁 ‘이견’

입력 2014-09-24 03:42

서울에서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심모(25·여)씨와 권모(29)씨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싼 논란에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해부터 수도권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심씨는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심씨는 23일 “2년 동안 힘들게 공부해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는데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과 비교하면 월급도 적고 일 하면서 느끼는 성취감도 떨어진다”며 “그나마 연금마저 적게 준다면 공무원 생활을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심씨처럼 20∼30대 젊은 공무원들은 스스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피해자’로 여기고 있다. 선배 공무원들보다 보험료는 많이 내고 정부로부터 받는 혜택은 적어지기 때문이다. 젊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권씨는 “젊은 공무원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운운하는 게 어이없다”고 말했다. 권씨는 국민연금 가입자다. 대기업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1년간 국민연금 보험료를 냈다. 하지만 권씨는 현재 ‘납부예외’ 상태다. 정규직 전환이 안 돼 올봄 다시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소득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권씨는 “중소기업 직원들 중에는 공무원보다 월급 적은 사람도 많고, 대기업에 다닌다 해도 언제 잘릴지 몰라 불안한 신세”라며 “정년 보장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퇴직 후 연금도 세금으로 넉넉하게 받으려는 건 지나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씨처럼 20대 국민연금 가입자의 절반은 보험료를 낼 소득이 없어 ‘납부예외’ 상태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20대 국민연금 가입자는 227만3554명이고 이 가운데 47.3%인 107만5519명은 ‘납부예외자’다. 20대 납부예외자의 67.2%(72만2524명)는 실직, 사업 중단, 기초생활 곤란 등을 이유로 보험료를 못 내고 있다. 30대 납부예외자는 130만1333명이나 된다. 30대 가입자 435만6642명 중 29.9%가 납부예외자다. 30대 납부예외자의 87.7%(114만1255명)는 실직, 사업 중단, 기초생활 곤란 탓에 국민연금 보험료를 못 내고 있다. 40대와 50대 이상은 각각 22.9%가 납부예외 상태다.

젊은층의 국민연금 납부예외가 많은 것은 고용 불안과 관련이 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임금근로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이다. 불안정한 일자리에 있다 보니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도 들쭉날쭉한 것이다.

20∼30대에 국민연금을 제대로 못 내면 노후 불안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1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고, 20년 이상 가입해야 연금 혜택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권씨가 올 연말 취업에 성공하고 용케 55세 정년까지 직장가입자로 남는다고 해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은 25년여밖에 안 된다.

국민연금연구원 이용하 선임연구위원은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못 갖는 데다 당장 노후 준비 압박이 덜하다 보니 젊은 납부예외자가 많은 것”이라며 “20∼30대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노후준비 첫걸음부터 불투명하게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금 전문가는 “공무원은 월급이 적어 연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것은 옛 말”이라며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국민연금 가입자의 고용 불안 문제를 해소해야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가입자 간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