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지속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저물가 현상을 두고 디플레이션(deflation)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의 진원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한 달 새 우리 경제를 “디플레이션 초기”와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에 해당”이라고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이를 두고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고도의 전술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경제 수장으로서 경기진단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 경제는 디플레? 디스인플레?=최 부총리는 지난달 28일 한경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한국이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폭탄발언을 했다. 이에 기재부는 해명자료를 통해 “부총리의 발언은 디플레이션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지난 20일 호주 케언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GDP 디플레이터를 고려할 경우 (한국 경제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다”라고 지난 발언을 부정했다. 이어 “현 상황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디스인플레이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과 디스인플레이션은 저물가에 따른 경기침체 현상을 지칭하지만 엄밀하게는 구분이 된다. 일반적으로 디플레이션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인 상태를 유지할 때를 일컫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반면 디스인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이 약해지는 상태, 즉 물가상승률은 양(+)의 상태를 유지하되 상승세가 둔화되는 상태를 지칭한다. 구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2% 이하인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때를 가리킨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 경제는 디스인플레이션 상황과 가깝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지 않지만 21개월째 1%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는 디플레이션도 인플레이션도 아닌 상태”라며 “정부 내에서는 ‘장기적인 저물가 상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 자초한 최 부총리, 왜?=최 부총리는 한 달여 만에 자신의 디플레이션 선언에서 한 발 물러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는 심리인데 경제부총리가 디플레이션을 언급한 건 너무 심했다”며 “국내에서는 경고 차원에서 비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지만 해외에 나가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가 저물가 현상을 자주 언급하는 이면에는 한국은행의 정책 공조를 바라는 의중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디플레이션 논란을 통해 우회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이성규 윤성민 기자 zhibago@kmib.co.kr
최경환 “디플레이션 초기” 발언 한 달 만에 “한국은 지금 디스인플레이션” 말 바꾼 이유는
입력 2014-09-24 03:46 수정 2014-09-24 1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