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라 한국, 내 정체성의 절반”…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내한공연

입력 2014-09-24 03:43
한국계 독일인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 내한공연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는 그는 “바흐의 작품을 연습하는 과정은 실패와 이를 극복하는 원동력, 용기를 차례로 경험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 제공

“저는 바흐와 더불어 태어났습니다. 바흐는 도처에 있었고 제게 가장 익숙한 음악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려운 음악이기도 했지요. 연주하기에 바흐보다 더 어려운 음악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마음과 몸을 시험하는 곡이지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음반을 내고 24일부터 한국 순회공연을 시작하는 첼리스트 이상 엔더스(26)는 한국계 독일인이다. 오르간·피아노 연주자인 독일인 아버지와 작곡가인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바흐의 고향 독일에서 자랐다. 그의 이름은 한국 작곡가 윤이상에게서 따왔다.

그는 23일 서울 서초구 소니뮤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독일에서 자랐지만 한국은 내 정체성의 절반”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한국 무대와 음악에 애정이 각별하다. 2012년 데뷔앨범도 독일 작곡가 슈만과 윤이상의 작품으로 꾸몄을 정도다. 두 번째 음반으로 ‘첼로의 경전’으로까지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과감하게 선택했다.

엔더스는 바흐의 음악을 “말하고 노래하고 춤추는 듯한 느낌을 주면서 굉장히 인간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아울러 “바흐의 음악은 세월을 타지 않는다. 300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 나라인 한국에 대해 “처음에 왔을 때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니 너무 서두르고 여유가 없는 사회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음악이란 다른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내가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자유다. 한국처럼 서두르는 사회에서는 음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해 9세에 첼로를 처음 접한 그는 20세에 1548년 창단돼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의 첼로수석을 맡을 정도로 기량을 인정받았다. 2012년 독주 연주자로 독립을 선언하고 프랑크푸르트 음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정명훈, 주빈 메타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연주했다.

엔더스는 24∼25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을 시작으로 광주 오산 대구에서 차례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