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되면 국내 휴대전화 시장은 ‘외산폰의 무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뒤집어 말하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법정관리 중인 팬택이 회생하는 데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국내 진출이 시작됐다. 23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스마트폰 아너6(Honor 6)를 LG유플러스 자회사인 알뜰폰업체 미디어로그를 통해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자급제폰 형태로 ZTE 등에서 만든 저가 스마트폰이 일부 유통되긴 했지만 이통사와 손잡고 중국 스마트폰이 들어오는 건 처음이다.
양측은 공급 물량, 출고가 등에 대해 조율 중이며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출시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아너6는 고사양을 갖추고도 해외에서 40만원 미만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도 비슷한 가격에 판매되면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 단통법 시행으로 스마트폰 유통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100만원 안팎의 고사양 스마트폰을 사는 게 절대적으로 유리했다. 비싼 요금제와 묶어 고가의 스마트폰에 보조금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보조금 대란이라도 벌어지면 공짜로 비싼 스마트폰을 살 수도 있었다. 반면 자급제폰이나 저가 스마트폰은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이 30만원짜리 자급제폰보다 싼 기형적인 유통 구조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단통법이 시행되면 약정을 맺을 때 보조금을 받을지 요금할인을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저렴한 단말기를 구입하는 경우라면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해 통신비를 줄일 수 있다.
화웨이가 국내 진출을 결정한 것도 단통법 시행으로 유통 구조가 바뀌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시장에서 반향을 얻게 되면 샤오미, 레노버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한국에 진출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시장에서 한국 업체와 경쟁을 펼친다는 걸 내세워 세계 시장 공략의 발판을 삼을 수도 있다.
일본 가전업체 소니도 프리이엄 스마트폰 Z3를 자급제폰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한때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던 소니는 Z1을 국내에 내놓은 이후 세 번째 도전을 하고 있다. 강력한 카메라 기능, 플레이스테이션4와의 연동 등을 특화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이 당장 프리미엄 시장까지 확대하긴 힘들겠지만 중저가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을 일정 부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자급제 형태로 새로운 판로를 모색 중인 팬택은 중국 업체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게 됐다.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이통사가 제품 구입을 꺼리자 출고가를 낮추고 직접 판매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가격 경쟁력은 위협적이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약하고 품질이 검증되지 않아 시장 반응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기획] 단통법 시행 앞두고… 中스마트폰 공습 경보음 요란
입력 2014-09-24 0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