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아직 많이 미흡하다

입력 2014-09-24 03:30
정부가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한 밑그림을 내놓았다. 정부가 23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기본 방향 및 향후 추진계획’이 그것이다. 세월호 참사 같은 대형 재난 및 인명피해 발생 시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맡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밖에 세부 추진 계획을 제시했지만 그동안 나왔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우선 대형 재난의 기준이 모호하다. ‘세월호 참사 같은’이라는 식의 구체성을 결여한 기준으로는 사고 초기 지휘체계의 혼선이 불가피하다. 신설될 예정인 국가안전처 수준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재난의 경우 총리가 예외적으로 중대본을 지휘할 방침이라고 하나 이런 재난이 어떤 사고인지 객관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세월호 참사 초기 사상자 집계에서부터 중구난방식 구조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보여준 총체적 난맥상을 피할 수 없다.

현장 구조 및 지휘체계는 현재와 마찬가지로 이원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육상은 소방방재청에, 해상은 신설될 해양안전본부(가칭)에 인력·장비 동원권 및 현장지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구상대로 정부조직법이 개정돼 해양경찰이 해체되고 해양안전본부가 신설되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해경 해체를 100%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도 해경 해체에 반대하는 일부 의견이 있는 만큼 여야의 정부조직법 개정 협상에서 해경 존속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이날 보고된 내용이 최종 대책은 아니지만 정부의 추진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내년 2월 확정 발표될 마스터플랜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5개월 후,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담화’ 4개월 후 내놓은 정부의 계획치고는 국민 눈높이에 턱없이 모자란다. 이런 안이한 사고(思考)체계로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 있을지 안심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제시한 과제 가운데 특히 119(구급), 122(해양사고) 등 20여개 기관에 분산된 각종 긴급신고 전화번호 통합 운영은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단원고 학생이 가라앉는 세월호에서 119에 신고했으나 전남소방본부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경에 넘겨 골든타임을 놓친 천추의 한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그래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매뉴얼이 없어 일어난 게 아니다. 희생이 큰 것 또한 장비와 조직이 없어서가 아니다. 원칙대로 하지 않아서, 사명의식이 부족해서 발생한 비극이다. 비용과 시간을 희생해서라도 원칙을 지키는 습관을 체질화하고 훈련을 반복하는 것만이 참사를 예방하고 희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마스터플랜을 내놓을 때 세월호 백서도 함께 만들어 어른들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후세들이 반면교사로 삼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