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과 전통시장의 자발적 상생 움직임이 곳곳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영업시간 제한과 공휴일 의무휴업일제 등 정부 규제를 마지못해 따랐던 유통 대기업들이 스스로 시장과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신세계는 시장 안에 있는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과일, 채소, 수산 등 신선식품 92개 품목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22일 밝혔다. 시장에서 파는 품목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서울시가 시장에서 파는 특정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않는 상생품목 제도를 시범 실시한 결과 꽤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는 “신선식품은 SSM 매출의 20%나 차지하지만 지난 3월부터 전국상인연합회와 논의를 해 상생 차원에서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이미 50억원의 기금을 조성, ‘활기차고 재미있는 전통시장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본점 등 8개 점포가 ‘1점1전통시장 지원’ 활동도 하고 있다. 백화점 인기 행사인 ‘벼룩시장’의 먹거리 부스를 시장 상인에게 내주기도 했다.
정부는 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9986억원이나 투입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전체 시장 매출은 2009년 22조원에서 지난해는 19조9000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계속 늘어 매출 격차는 갈수록 커졌다. 정부가 돈을 쏟아부어 아무리 시설 현대화를 해도 시장은 살아나지 않았다.
해법은 유통 대기업과 시장이 각각의 특성에 맞게 보완하며 함께 커가는 동반성장이다. 대기업이 취약한 시장을 상대로 한편으로 경쟁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원을 병행하는 정서가 확산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신세계와 롯데의 상생 행보는 긍정적이다. 시작에 불과하지만 방향이 옳은 만큼 앞으로 많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변화가 비단 유통 부문뿐 아니라 다른 업종으로까지 널리 퍼져 공존의 경제가 선순환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갈수록 심화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영세업체 간 격차가 하루빨리 줄어들기를 바란다.
[사설] 유통업계의 자발적 상생 행보 더욱 확산되길
입력 2014-09-24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