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안게임] “비인기 종목 어디서 보죠?”

입력 2014-09-24 03:37
KBS 홈페이지 상단에는 주요 인기 종목 4가지만을 전면에 내세운 인천아시안게임 중계 관련 배너가 떠 있다. KBS 홈페이지 캡처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순간을 텔레비전 생중계로 보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비인기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메달이 쏟아지고 있지만 지상파 중계방송이 인기 종목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방송 3사의 경기 하이라이트 방송마저 밤 12시30분∼새벽 1시에 편성돼 사실상 시청이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우슈 남자 투로에 출전한 이하성(20)의 대회 첫 금메달 획득 소식은 경기가 끝난 뒤 뉴스 속보를 통해 전해졌다. 시청자들은 이하성의 우승 장면을 속보가 나가고 한참 뒤 하이라이트 방송을 통해 겨우 볼 수 있었다.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승마대표팀은 같은 날 1998 방콕아시안게임부터 5회 연속 정상에 오르며 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지만 이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없었다. 21일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도 김청용(17)이 201.2점으로 우승하며 대회 첫 2관왕이 됐지만 역시 중계방송은 없었다.

일부 인기 종목에 집중된 경기 중계가 아시안게임의 열기를 좀처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한국갤럽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천아시안게임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45%에 불과했다. 2002 부산아시안게임 당시 65%의 관심도에 비하면 열기가 낮은 편이다.

국민의 무관심 속에 비인기 종목 선수의 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는 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22일 세팍타크로 남자 더블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김영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오늘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 세팍타크로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도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경기 생중계와 하이라이트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회 첫날 경기 결과를 알리는 온라인 뉴스 기사에는 ‘경기 영상은 어디에서 볼 수 있느냐’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포털 사이트 네이트와 인터넷 방송 서비스 아프리카TV가 생중계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하이라이트 영상은 다음날 오전 6시에 제공돼 하루를 더 기다려야 한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