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종호’의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16강전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64위인 홍콩이다. 한국(63위)보다 101계단이나 아래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주축 선수들이 부상과 경고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는 데다 홍콩 사령탑이 한국축구를 훤히 꿰뚫고 있는 김판곤 감독이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홍콩과 8강 티켓을 놓고 맞대결을 벌인다. 한국은 차, 포를 떼고 싸워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우디아라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오른발 정강이뼈를 다친 장신 공격수 김신욱(울산 현대)은 출전이 어려울 전망이다.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된 윤일록(FC 서울)은 대회를 접었다. 라오스와의 조별리그 3차전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이며 선제 결승골을 터뜨린 이종호(전남 드래곤즈)마저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
홍콩도 정상 전력이 아니다. 방글라데시와의 B조 조별리그 3차전(홍콩 2대 1 승리)에서 2골에 모두 기여한 주잉치 등 핵심 선수들이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결장하는 것이다. 홍콩은 아시아 강호 우즈베키스탄과의 조별리그에서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구사해 1대 1로 비기는 등 B조에서 2승1무로 선전하며 16강에 올랐다. 4-5-1과 4-4-2 포메이션을 혼용하는 홍콩은 한국전에서도 수비를 탄탄하게 한 뒤 빠른 역습으로 골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을 마친 뒤 “오늘 경기가 한국전에 대비한 전략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히딩크’라고 불리는 김 감독은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 FC의 코치를 역임했다. 2009년 홍콩 U-23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그해 동아시아 경기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어 2012년엔 홍콩 청소년대표팀 총감독에 이어 홍콩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다. 김 감독이 한국축구를 잘 아는 만큼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 모든 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김승대(포항 스틸러스)를 선발로 내세워 홍콩의 밀집수비를 공략한다. 이광종호의 해결사로 떠오른 김승대가 홍콩의 뒷공간을 파고들면 쉽게 수비라인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 감독은 “김승대는 움직임이나 패스 타이밍,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 등 여러 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홍콩이 무승부로 버틴 뒤 승부차기를 노리는 전술을 들고 나온다면 문전에서 과감한 드리블 돌파로 세트피스 공격 상황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세트피스로 한 골도 뽑아내지 못했다.
한국이 홍콩을 잡으면 8강전에서 일본, 4강전에서 요르단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21세 이하 대표팀이 출전했고, 요르단은 이라크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 한국은 우승 후보인 이라크나 북한을 결승전에서 만날 전망이다.
인천=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이광종號 ‘김판곤의 홍콩’ 밀집수비를 뚫어라
입력 2014-09-24 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