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오지 않는 신랑

입력 2014-09-24 03:55

무료 결혼식의 주례를 볼 때 생긴 일이다. 결혼식이 시작됐는데 신랑이 오지 않았다. 조금 늦나 보다 생각했지만 30분이 흘러도 신랑이 나타나지 않자 하객들도 술렁거리고 양가 부모님들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하셨다. 가장 당황한 것은 면사포를 쓴 신부였다. 보니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었다. 부모님 말씀이 아무리 연락을 해도 연락이 안 된다고 하셨다.

결국 하객들은 모두 돌아가고 부모님과 신부만 남았다. 주례자인 내게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시는데 신부의 모습이 들어 왔다. 신랑이 꼭 올 거라고 믿고 오롯이 앉아 기다리는 신부를 보니 차마 뿌리칠 수 없어 우리는 계속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4시간을 넘긴 후에야 신랑이 헐레벌떡 나타났다. 전날 밤 친구들과 놀다가 술 한 잔 걸치고 여관에서 커튼까지 내리고 잤다가 이제 일어나 달려 온 것이다. 결국 신부의 기다림으로 인해 결혼식은 무사히 치러졌다.

만일 신부가 신랑을 믿지 못했다면 결혼식은 치러질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도 이 신부처럼 신랑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열 처녀 중 다섯은 신랑이 늦게 오자 부족한 기름을 사기 위해 자리를 비웠고 자리를 지킨 다섯만이 혼인잔치에 들어갔다(마 25:10). 신앙은 기다림이다. 주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뤄진다. 약속을 믿고 자리를 지키며 기다리는 신부가 되자.

주서택 목사(청주주님의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