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소파에 앉아 TV 드라마를 '본방사수'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지하철에서, 카페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젊은층으로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웹드라마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웹드라마는 스낵처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을 뜻하는 이른바 '스낵컬처(Snack Culture)'의 대표적 사례다. 이제는 스타 배우들까지 진출할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는 웹드라마 시장을 소개한다.
◇아이돌 연기 수업용?…이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웹드라마는 대개 15회를 넘지 않고 1회 분량도 짧게는 5분, 길어야 10분 내외로 제작된다. 제작단계에서부터 시청자가 짧은 시간 동안에 몰입 할 수 있도록 복잡한 플롯을 피하고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만을 강조해 극 속에 녹여낸다. 온라인에서 방영되는 만큼 배우들이 큰 부담 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웹드라마는 소재가 다양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제약이 적어 신인이나 조연급 배우, 아이돌 그룹 멤버 등의 연기 연습장이 되기도 한다. 예컨대, 지난 7월 6부작으로 만들어진 웹드라마 ‘뱀파이어의 꽃’의 경우 한 회 차 재생수가 70만 건에 달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아이돌 그룹 에이젝스의 재형(24) 등이 출연하면서 인기를 끈 덕분이다. 이외에도 ‘무한동력’엔 임슬옹(27·2PM), ‘모모살롱’엔 리지(22·오렌지캬라멜), ‘러브포텐’엔 성열(23·인피니트)과 남지현(24·포미닛), ‘후유증’엔 동준(22·제국의 아이들) 등이 출연해 연기 활동을 시작하거나 연기력을 다져갔다.
연기력이 뒷받침 된 배우들이 진출해 눈길을 끈 사례도 있다. 웹드라마 ‘출중한 여자’에는 인기영화 ‘한공주’의 주인공 천우희(27)가 출연했다. 지난해 선을 보인 ‘아직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엔 배우 한재석(41)이, ‘러브 인 메모리’에는 조윤희(32)와 정겨운(32)이 나왔다.
웹 기반 문화에 익숙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웹툰과 웹소설을 원작으로 해 동반 인기 상승을 꾀하는 경우도 많다. ‘후유증’은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됐는데, 공개 4일 만에 재생 수 100만건을 돌파하는 흥행몰이를 했다. 국내 웹드라마 최초로 미국의 드라마, 디지털 콘텐츠 유통채널 ‘드라마 피버’에 선판매되는 쾌거도 올렸다. 앞서 언급된 ‘뱀파이어의 꽃’도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다. 웹 드라마 ‘출출한 여자’가 인기를 끌자 시즌제 격인 ‘출중한 여자’가 제작되는 등 웹툰과 웹소설, 웹드라마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방송 드라마 주 소비층인 20∼3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웹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톱스타도 넘보는 웹드라마 시장…질 높은 콘텐츠가 관건=최근엔 톱스타들의 발걸음도 몰리고 있다. 다음달 13일 네이버를 통해 공개될 웹드라마 ‘연애세포’에는 배우 장혁(38)과 김우빈(25), 아역배우 김유정(15) 등이 출연한다. ‘연애세포’를 제작하는 IHQ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가 생활 곳곳에 파고들면서 각광받은 매체가 될 것이란 판단을 해 제작을 결심했다”며 “배우들도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해 재밌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10분 분량의 15부작으로 구성되는 ‘연애세포’는 두 달간의 촬영을 이미 마치고 방송을 앞두고 있다.
홍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웹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교보생명이 제작한 ‘러브 인 메모리’가 대표적. 죽음을 앞둔 아빠와 가족의 이야기인데, 보험상품이 스토리를 움직이는 큰 역할을 한다. 삼성그룹은 다음달 공개할 예정인 웹드라마 ‘최고의 미래’를 통해 취업난을 겪는 청년층을 조명하면서 그룹이 원하는 인재상을 녹인다는 계획이다.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21)와 배우 서강준(21)이 출연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탄탄한 전개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에 눈길을 사로잡을 신선한 소재를 발굴해 내는 것이 인기의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광고와 드라마 콘텐츠의 경계를 넘나들며 재치 있고 질 높은 작품이 탄생할 때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어디서나 짧고 간편하게… 젊은층 웹드라마에 꽂히다
입력 2014-09-24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