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한국연금학회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강력 반발하는 것은 유일한 위안이었던 노후 안전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부가 공적 연금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재정 부담을 절감하는 데만 초점을 맞춰 공무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이 국민연금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가혹하게 구조조정한 반면 공무원연금을 수술하는 데 반발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조진호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위원장과 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위원장 등은 22일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가 무산된 뒤 기자회견을 열어 공무원 등 당사자가 배제된 채 진행되고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무원노조들은 연금학회의 고강도 개혁안이 시행되면 노후생활이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충재 전공노 위원장은 “공무원은 보수도 적고 퇴직금도 적고, 재직 중 각종 불이익을 받으니 이를 감수하고 연금으로 받으라는 것이었다”며 “연금학회 안은 공무원연금의 이런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무원연금 누적 적자는 정부가 연기금을 쌈짓돈처럼 가져다 사용한 뒤 돌려주지 않는 등 부실 운영한 것도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만성 적자인 공무원연금에 투입되고 있는 정부보전금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나 사회보장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무원노조들은 한국연금학회에 민간 금융회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는 점을 들어 공적 연금을 약화시키고 사적 연금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는 오는 11월 1일 여의도에서 공무원과 가족 등이 참석하는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100만 공무원 총궐기대회’를 열 예정이다.
공투본은 전공노, 공노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학연금공동대책위원회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공무원·교사 단체로 구성됐다. 안전행정부는 “한국연금학회 제시안을 중심으로 국민과 공직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바람직한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
[‘떼법 만연’ 사회] 노후 안전판 사라질 수 있다 위기감
입력 2014-09-23 0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