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조기통합 싸고 댓글 논란

입력 2014-09-23 04:14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정태 회장은 노조와 합의되지 않더라도 10월 내 통합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표명했다. 하지만 사측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외환은행 노사 관계는 꼬여만 가고 있다. 대규모 징계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진 가운데 사측이 노조를 비난하는 댓글을 종용했다는 공방까지 오가고 있다.

지난 18일 대규모 징계를 위해 인사위원회가 열린 이후 외환은행 인트라넷에 노조를 비난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준법지원부 신모 차장은 “우리는 시민운동가가 아니고, 투쟁가도 혁명가도 아니다”며 노조가 현재의 투쟁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썼다. 이외에 지난 17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적하는 글도 이어졌다. 이들 게시글에 동조하는 댓글도 수십에서 수백개씩 달렸다.

노조는 이런 글들이 사측의 지시와 조작으로 이뤄졌다고 반발했다. 실제 한 부서장은 이메일을 보내 부하 직원들에게 댓글을 달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징계를 빌미로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부에서 성명서를 낸 것도 해당 지역본부장들이 노조에 징계 수위를 낮춰주겠다고 설득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사측은 지난 18일부터 임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898명에 대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유례없는 강경대응이다. 이에 노조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외환은행 경영진을 부동노동행위로 고발했다. 노조는 “우리가 말하는 내용은 다 무시하면서 노조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며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은 사측”이라고 꼬집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