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관광객 잡아라” 한·일 유통가 한판 붙는다

입력 2014-09-23 04:16
외국 관광객의 지갑을 열기 위한 한·일 유통업계 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일본이 다음달 면세 대상 품목 확대를 앞두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사이 한국은 중국 국경절을 앞두고 요우커(游客)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다음달 1일부터 화장품 식료품 등으로 외국인 면세 대상 품목을 확대한다. 이에 따라 오다큐 소고 세이부 등 일본 주요 백화점들이 관련 매장에 잇따라 면세 카운터를 확대 설치했다. 영어 중국어를 비롯한 외국어 통역 담당자들도 대거 확보했다. 도쿄 다카시마야백화점 신주쿠점은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 출신 관광객을 위해 대형 백화점 중 처음으로 기도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일본 백화점 업계에서는 면세 대상 품목 확대로 면세 매출이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는 다음달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앞두고 중화권 고객 중심의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17∼21일 소공동 본점 9층 매장 절반을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꾸민 데 이어 ‘벤츠E 클래스 쿠페’도 경품으로 내걸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선양 아파트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현대백화점도 19일부터 중국 대만 홍콩 등 주요 국가 출국 데스크에 쿠폰 10만부를 배치했다.

양국은 해외 관광객이 내수 침체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 업계 매출은 지난달까지 전년 대비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 역시 세월호 여파 등으로 대형 유통업체 등을 중심으로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외국인이 국내에서 쓴 돈(1조4167억엔)을 2030년까지 4조7000억엔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양국 입국자 수의 80%를 차지하는 아시아 지역 관광객을 놓고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지난해 국내 해외 관광객의 35%를 차지하는 요우커 유치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실제 반일(反日) 감정이 누그러들고 엔저가 지속되면서 요우커의 일본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해 방일 중국인은 전년 대비 84%나 늘었다. 중국인의 주요 방한 목적이 쇼핑임을 감안할 때 우리가 쇼핑에서 비교우위를 갖지 못하면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대만 홍콩 한국 등 아시아지역 방문객이 비교적 고르게 찾고 있지만 우리는 중국에 너무 집중돼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마케팅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