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나갔던 기업들이 국내로 되돌아오고 있다. 중국 등 해외 공장 노동자들의 인건비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올랐고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의 ‘유턴’으로 국내 지역산업 경쟁력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국에 진출했던 기업 12개사가 국내에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부산, 인천, 세종, 경북, 충남 등 5개 지방자치단체와 24일 투자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들 기업은 2018년까지 5개 지자체에 1300억원을 투자해 일자리 900여개를 창출할 전망이다.
부산에는 아웃도어 신발분야 아시아 1위 기업인 트렉스타를 비롯해 삼일통상, 에이로, 대성FNT 등 4개 신발생산업체가 돌아온다. 과거 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 톈진이나 칭다오에 진출했던 기업들이다. 이들 업체는 부산에 공장을 새로 짓기 위해 사업비 60억∼175억원을 투자하고 신규인력 51∼3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학산, 보스홀딩스, 한영산업 등 신발생산업체 3곳이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부산으로 유턴했다. 부산시는 이를 계기로 ‘아시아 신발산업 중심지’로의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해외 기업들이 부산으로 유턴하게 되면 부산은 제2의 신발 부흥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자체 브랜드를 가진 상품이 늘고 있고 수출시장도 확대되고 있어 부산 신발산업의 명예회복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이밖에 세종시에 기계업체와 전자부품업체 등 3개사, 충남에 기계·의료·섬유업체 3개사, 경북에 전자부품 1개사, 인천에 의류업체 1개사가 생산시설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들 업체가 국내로 돌아오는 이유는 최근 중국의 인건비 상승이 가팔랐기 때문이다.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국내 수출여건이 개선된 것도 유턴을 결정하는 계기가 됐다. 트렉스타 관계자는 “유럽과 미주 지역 판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FTA로 인한 관세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고, 이 지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국내 생산시설 증설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들 12개 기업이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고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별로 ‘유턴기업 전담 프로젝트매니저(PM)’를 지정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번에 국내로 유턴한 기업 12개사는 노동집약적 산업과 기술 중심 업체가 골고루 포함돼 있어 ‘유턴 붐’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의 해외 이탈로 힘을 잃었던 지역산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세종=이용상 기자 bhyoon@kmib.co.kr
해외 진출 기업 12곳, 국내로 다시 U턴
입력 2014-09-23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