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첫발을 떼기도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소장·개혁파가 주축이 된 ‘비주류 혁신위’에 대한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의 시선이 곱지 않고, 내부적으로 교통정리도 안 되는 모습이다.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원을 선정하기 전 충분한 상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유 의원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혁신위는 혁신의 대상이자 주체이기 때문에 당내 공감을 얻지 않고는 올바로 된 혁신을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앞서 지난 21일엔 홍문종 의원이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인선 내용을) 모르고 당했다는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당에 좀 있는 것 같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홍 의원은 “한 배를 타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통화가 되고 어떤 사람은 안 되면, 안 되는 사람 입장에선 ‘내가 탄 배가 어떤 배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며 뼈 있는 농담을 했다. 유·홍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중진이다. 두 의원의 발언은 혁신위 인선에 대한 친박의 견제로 해석됐다.
여기에 혁신위원들이 개혁 방향을 놓고 서로 다른 발언을 쏟아내면서 ‘자중지란’ 우려도 낳고 있다. 김영우 조해진 하태경 의원 등 5명의 혁신위원이 포함된 당내 초·재선 개혁모임 ‘아침소리’는 정기모임을 열고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특수약자층에 비례대표 전 의석이 배분돼야 한다”고 언급한 데 대해 “원칙 없는 포퓰리즘”이라고 반대했다. 개헌에 대해선 “혁신위 활동기간이 6개월밖에 안 되는 만큼 제언 수준 정도로 다뤄야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혁신위 전권 위임을 두고 김무성 대표와 김 위원장 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각종 인터뷰에서 “전권을 위임받아야 실효성 있는 혁신을 할 수 있다”고 하자 김 대표는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와 의총에서 걸러야 한다”고 반박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새누리 보수혁신위 출범 전부터 파열음
입력 2014-09-23 0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