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회’가 22일 첫 회의를 열었지만 계파별 온도 차를 드러내는 등 갈등을 예고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더 이상 계파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노골적인 계파 나눠먹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동영 상임고문, 조경태 의원 등 비주류들은 “계파 독과점 선언” “최대한 빨리 당을 해체하자”며 강력 반발했다.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중도파와 당내 비주류 등이 비대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어 비대위는 ‘그들만의 당권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 위원장은 비대위의 첫 번째 숙제로 세월호법 제정을 꼽았다. 문 위원장은 “이른 시일 내에 유가족이 동의하는, 최소한 양해하는 특별법이 제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비대위원들도 한목소리로 세월호 특별법 최우선 해결을 강조했다. 그러나 해법은 달랐다. 세월호법 제정을 위해 동조단식까지 했던 문재인 위원은 입장이 다소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 위원은 회의에서 “유가족이 동의할 수 있는 데까지 가야 한다”면서도 “유가족들이 수사권·기소권을 양보하면 새누리당은 특검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보장할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이 ‘수사권·기소권 양보’를 언급한 것 자체가 기존 ‘원칙론’에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강경한 원칙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여전했다. 정세균 위원은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분명한 입장이 확인된 만큼 이제 선명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안 되면 새정치연합이 의회권력을 되찾은 후에라도 특별법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 인재근 위원도 “청와대의 도발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6인 비대위 내부에 갈등이 잠재돼 있는 셈이다.
실제로 비대위는 주요 당직자들을 대부분 유임시켰지만 일부 당직자를 놓고 비대위원 간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 위원장 비서실장에는 초선의 박홍근 의원이 새로 임명됐다.
당 혁신 목소리는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문 위원장은 회의에서 ‘환골탈태를 위한 혁신’을 강조하며 “이 순간부터 공식 전당대회 선거운동이 허용되는 직전까지 일체의 선거운동이나 계파 갈등을 중단할 것을 엄숙히 선언한다”고 밝혔다. 문 위원도 “정치·정당 혁신에 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동영 상임고문은 성명을 통해 “계파 청산이 아니라 특정 계파의 독과점 선언이자 계파정치 폐해의 무한 반복”이라며 “비대위가 차기 전당대회를 앞두고 특정 계파의 당권 장악용으로 전락했다”고 맹비난했다. 조경태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대위원장을 제외한 비대위원 전원 교체를 주장했다. 조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지금이라도 빨리 당을 해체하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성향 의원 모임인 ‘민주당의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오찬회동을 갖고 “중도·합리 성향 의원 50여명을 대표하는 비대위원이 필요하다”며 비대위 보완을 요구키로 했다. “비대위원들이 전대 불출마 선언까지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문희상 비대위’는 대선 패배 직후인 지난해 1월 출범 당시에도 ‘계파 해체’를 혁신 과제로 냈지만 빈손으로 끝난 경험이 있다. 안 전 대표가 본인의 고사로 비대위에 불참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결국 당내 계파 싸움에 말려드는 것을 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대위가 철저히 ‘도로 민주당’이 됐다는 비판이다.
임성수 최승욱 기자 joylss@kmib.co.kr
“더이상 계파주의 없다” VS “노골적 계파 나눠먹기”
입력 2014-09-23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