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100만대 돌파

입력 2014-09-23 04:18
국내에 등록된 수입 승용차가 자동차 시장 개방 27년 만에 100만대를 돌파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22일 “지난달 말 기준으로 등록된 수입 승용차가 모두 100만6328대”라고 밝혔다. 수입 승용차는 지난 7월 말 98만9695대에서 지난달 1만6633대가 추가로 등록돼 100만대를 넘어섰다. 상용차를 포함한 전체 수입차 등록대수는 지난 6월 100만대를 돌파했다.

수입 승용차 100만대 돌파는 1987년 1월 자동차 시장 개방 이후 27년 7개월 만이다. 지난달 국내에 등록된 전체 승용차가 1554만213대인 것을 감안하면 길에서 볼 수 있는 승용차 15대 가운데 1대는 수입차라는 얘기다.

자동차 시장은 87년 개방됐지만 수입차는 부정적인 시각과 비싼 가격 탓에 한동안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87년 수입된 차는 단 10대였다. 정부가 배기량 규제를 풀어 시장을 완전히 개방한 이듬해에도 263대에 그쳤다. 이후 2001년까지 96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1만대 미만이 등록됐다.

변화는 월드컵을 치른 2002년부터 시작됐다. 그해 수입차 등록대수가 1만6119대를 기록했고 이어 해마다 판매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수입차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점차 변하고 수입차 업체도 가격을 낮춰 국내 시장을 공략한 데 따른 것이다. 2011년 10만대, 지난해 15만대 이상이 팔렸고 올해는 20만대 넘게 판매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신차 판매에서 시장 점유율은 12.1%였다. 최근에는 30, 4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입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수입차 증가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자동차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최근엔 디젤엔진 수입차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차량에 비해 비싼 부품값과 수리비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차량 가격이 많이 낮아졌다고 하지만 서민이 접근하기에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억대의 고급 수입차는 무리하게 돈을 빌려 차를 사는 ‘카푸어(car poor)’를 양산하는 사회문제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