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63세 노인 2312채 ‘임대王’

입력 2014-09-23 04:49
광주 서구에 사는 신모(63)씨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집을 굴리는 사람이다. 임대사업을 한다고 구청에 등록한 건물이 2312채다. 22일 오전 전화를 걸었더니 신씨의 아내는 “남편이 지금 사무를 보고 있어 통화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 너머로 한 남성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이후 신씨 부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일 때문에 바쁘거나 기자들의 전화에 시달린 듯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희국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전국 등록임대사업자는 9만2196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임대건물은 46만9510채로 사업자당 5.3채꼴이다. 광주의 신씨는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건물을 세놓은 사람이다. 신씨보다 많은 건물을 보유한 임대사업자는 광주 북구의 임대전문업체(3384채)뿐이다.

지난 2월 경기도에서 광주로 이사한 신씨는 ‘○○주택’이라는 상호를 걸고 아파트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주로 부도난 아파트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보유 주택을 불려왔다고 한다. 그가 소유한 건물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단독주택, 오피스텔까지 다양하고 전국에 걸쳐 있다. 신씨는 2008년 주주로 있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해 언론에 오르내린 적이 있다.

전국 시·군·구별로 최다 임대건물 보유자를 뽑은 이번 조사에서 광주 남구의 이모(50)씨가 신씨 뒤를 이었다. 2062채를 가진 그는 별도 사무실 없이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이씨의 자료를 열면 워낙 많아서 컴퓨터가 다운돼버린다”고 말했다.

이외 지역별 최다 임대건물 보유자는 경기도 화성 50세(726채), 서울 양천 45세(499채), 전남 광양 65세(389채), 제주 제주시 56세(332채), 충남 계룡 49세(287채) 등이었다.

최연소 임대인은 전남 나주의 신모(5)군이었다. 신군은 어머니로 추정되는 39세 여성과 공동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나주시청 관계자는 “어린이가 집을 가진 경우 공동명의가 많고 실제 임대사업은 당연히 부모가 한다”며 “법적으로 임대사업은 한 살짜리도 가능하다”고 했다. 경기 용인의 7세 남아 역시 단독주택 임대사업자에 부모와 함께 이름을 올려놨다.

‘청소년 임대왕’은 부산 연제구의 19세 여성으로 다세대 주택 56채를 갖고 있었다. 성이 같고 한집에 사는 다른 3명과 공동명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 은평구의 15세 소년은 다세대 주택 30채를 어머니, 형제들과 함께 보유하고 있었다. 구청 측은 가장에게 상속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10대 이하 임대인은 전국에 817명이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