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A사무관은 지난해 초 세종청사시대가 열리면서 ‘기러기 아빠’가 됐다. 아내와 자녀들은 서울에 남았다. 중학생인 딸의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A사무관은 평일에는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다 금요일 저녁에나 가족과 상봉한다. 그는 “주말밖에 가족을 못 보다 보니 일요일 밤만 되면 세종시에서의 외로운 생활이 두려워진다”고 말했다.
이런 주말 부부를 위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2일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기재부 공무원이 대상이다. 기재부는 타 지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배우자를 세종시나 대전 등 인근 지역 정부부처나 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자리를 옮겨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가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지난달 17일 열린 업무효율화 토론회에서 주말 부부들의 처절한 육성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혼자 세종시에 이주한 공무원들은 “배우자가 혼자 육아와 가정을 담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로 살아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다”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3주간 4급 이하 공무원을 대상으로 정부기관·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배우자가 세종시로 오기를 희망하는지 전수 조사를 했다. 모두 18명의 공무원이 신청했다.
기재부는 10월부터 배우자가 일하는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지만 18명의 배우자 모두 세종시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처에서 협조를 얼마나 해줄지가 관건”이라며 “타 기관에 강제적으로 인사이동을 내달라고 할 순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현재 세종시 이주 공무원 약 1만명 중 3분의 1 정도가 가족과 떨어져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관가 뒷談] ‘세종시 기러기’ 해법 내놓은 최경환
입력 2014-09-23 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