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 시비 난동 부장판사의 비루한 입… 사표 수리돼 일반인 신분 재판 넘겨져

입력 2014-09-23 03:47
만취한 채로 술값 시비를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너 옷을 벗기겠다”며 욕설하고 폭행한 부장판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사표가 수리돼 ‘일반인’ 신분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이두봉)는 이모(51) 전 부장판사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장판사는 지난 3월 21일 0시55분쯤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혼자 남은 상황에서 종업원이 술값 계산을 요구하자 “내가 왜 내냐”며 갖고 있던 휴대전화로 종업원 머리를 때렸다. 그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온 역삼지구대 소속 경찰관에게 “감금을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종업원 설명을 들은 경찰관은 “술값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못 가게 한 것이지 감금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이 전 판사는 “너 업소와 결탁했냐? 이 XX, 내가 누군 줄 알아? 요즘 경찰들이 다 그렇고 그런 놈들이지”라며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판사는 술값 문제가 해결돼 경찰관이 “집에 돌아가시라”고 한 뒤 다른 112 신고 사건 처리를 위해 현장을 떠나려 하자 돌연 순찰차 트렁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고 한다. 또 출발하는 순찰차를 7m 정도 쫓아가 뒷좌석 문을 열고 무단으로 올라탔다. 경찰관이 내릴 것을 요구하자 그는 또다시 “이 XX가 내가 누군지 알고 그래? 내가 너 옷을 벗겨 버린다”는 등 폭언을 했다고 경찰관들은 진술했다. 이 전 판사는 오른손 검지로 삿대질을 하며 경찰관의 안경과 뺨을 수차례 찌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그를 체포했다가 당일 새벽 귀가시켰다. 이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전 판사는 “일행들이 술값을 계산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종업원이 술값을 요구해 시비가 붙은 것 같다”며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복을 입은 공무원을 폭행하는 등의 공무집행방해 사범은 예외 없이 정식 기소한다는 게 지난 4월 이후 검찰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전 판사는 주취 난동 사흘 만에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그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창원지법으로 문책성 발령을 냈으며, 지난달 초 의원면직 처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범죄 혐의가 직무와 관련이 없어서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 7월에는 대전지법 A부장판사가 충북 청주시 한 술집에서 옆자리 손님과 출동한 경찰을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당시 A판사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는 경찰관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