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법 만연’ 사회] 노조원 500여명 욕설·막말·함성… 통제불능의 난장판

입력 2014-09-23 04:37
공무원노조 소속 노조원 500여명이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 개혁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22일 오전 10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예정돼 있던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토론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회의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무원노조 소속 노조원 500여명이 발 디딜 틈도 없이 자리를 채웠다. “공적 연금 강화” “공적 연금 개악 저지” 등의 구호소리가 난무했다.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연금학회 이 XXX들아” 같은 고함소리도 울려 퍼졌다. 노조원들의 집단 반발에 토론회는 시작도 못한 채 20여분 만에 무산됐다. 막말과 욕설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노조원들은 ‘적금보다 못한 연금 이게 연금이냐’ ‘400만 공무원 가족 다 죽일 생각인가’ ‘청춘을 다 바쳤다! 노후에 나도 좀 살자!’ 등이 적힌 피켓을 들어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무원의 또 다른 이름은 표심이다!’ ‘새누리당, 이제 선거 안 할 생각인가’ 등 집단표심 이탈을 ‘무기’로 압박하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회의장은 난장판이 돼 갔다. 노조원 일부는 단상 점거를 시도했고, 토론회 자료를 찢어 내던졌다. 사회자가 토론회를 강행하려 했지만 ‘우’하는 야유는 아예 함성으로 변모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한번 들어보세요. 공무원노조 여러분, 한번 들어보십시오”라고 말을 꺼냈다. 단상 앞은 취재진과 노조원들이 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나성린, 나가라” “나성린, XXX야”라는 막말을 퍼붓는 이들도 많았다.

한 노조 간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정부 안인지 새누리당 안인지 1분만 들어보자”고 진정시키자 소란은 다소 가라앉았다. 나 의원은 “이 안은 새누리당 안이 아닙니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은 1995년, 2000년에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점이 남아 있는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일이나 잘해. XX놈들아” “X새끼야” “X누리는 물러가라” 등의 험한 말들과 함성이 또 다시 터져 나오면서 통제불능 상태에 빠졌다. “토론회를 중지하겠다”는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토론자들은 급히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이 자리는 한국연금학회장인 김용하 교수와 전문가, 새누리당 나 부의장과 이한구 경제혁신특위 위원장 등이 참석해 연금개혁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노조원들의 소란으로 토론회가 무산되자 일부 참석자는 자리를 옮겼다. 한 시간 정도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이 내용을 추후 학회 홈페이지에 올리기로 했다.

공무원노조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총력저지 방침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적 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투명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각계 의견을 듣고자 개최한 토론회가 첫 시작도 못한 채 공무원노조의 의도적 방해로 무산된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