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법’ 현상은 합리적인 절차와 법치를 무시하는 당사자들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와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결정이 불투명하고 불공정하다는 광범위한 의구심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개진 방식을 폭력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은 최근 ‘계란 투척’으로 표출되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16일 시의회 정례회 개회식에서 한 시의원이 던진 계란에 어깨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계란 투척의 명분은 야구장 입지 변경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의 당정협의에는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 10여명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쳐 계란과 고춧가루를 던졌다. 이들은 ‘쌀 개방 추진 박근혜정부 규탄’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지금 밥이 넘어가느냐”면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정치인 면전에서 조롱 섞인 농담을 던지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박승한 대한씨름협회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앞에 두고 “입씨름 하지 말고 실제로 씨름대회 해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꼬집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김 대표는 “아무리 그래도 면전에서 우리를 그렇게 조롱하면 기분이 좋겠느냐”면서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불신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한국전력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북 청도 주민들에게 경찰서장을 통해 수백만원이 든 돈봉투를 뿌리고, 밀양에서도 주민을 매수하려 한 의혹이 불거진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부채질하는 단적인 예로 꼽힌다. 여야가 사태의 본질은 제쳐두고 막말과 허위사실에 기반을 둔 인신공격으로 매번 양극단으로 치닫는 행태도 부메랑이 되고 있다.
여기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합리적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을 무릅쓰고서라도 집단의 주장을 관철하려는 문화가 팽배하다는 것이다. 의견 표출은 공동체의 질서라는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떼법 만연’ 사회] 정치·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싹터… 불법 무릅쓰고 주장 관철 문화 팽배
입력 2014-09-23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