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평생에 한 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힘들지만 동반 금메달리스트가 되려는 가족들이 있다. 이들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에 있는 이재영(18·흥국생명)과 이다영(18·현대건설)은 쌍둥이 자매다. 자매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20년 만에 여자 배구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매 금메달리스트다. 이들은 스포츠 가족이다. 아버지 이주형(50·익산시청)씨는 육상 국가대표 출신이고 어머니 김경희(48)씨는 1988 서울올림픽 여자배구 국가대표 세터로 활약한 바 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2014∼2015 시즌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 2순위로 지명돼 기량을 인정받았고, 결국 대표팀에 승선했다. 다만 자매의 동반 금메달을 막고 있는 것은 언니 이재영의 부상이다. 이재영은 최근 아시아배구연맹컵 대회에 출전했지만 왼쪽 발목을 다쳤다. 이재영은 당초 세계적인 공격수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의 쌍포로 활약할 예정이었다. 이선구 감독도 이를 감안해 당분간 훈련보다는 부상 회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생순’ 여자 핸드볼에도 자매가 있다. 김온아(26), 김선화(23·이상 인천시체육회) 자매다. 김온아는 명실상부한 한국 여자 핸드볼 에이스다. 하지만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나란히 동메달에 그쳤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스페인과의 조별리그에서 부상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에 이번에는 동생을 데리고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동생 김선화는 이번이 처음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대회라 감회가 더욱 남다르다.
아시안게임 3관왕에 도전한 부자(父子) 금메달리스트도 있다. 사이클의 장선재(30)다. 장선재의 아버지는 1982 뉴델리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장윤호(53) 대한지적공사 감독이다. 장선재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이미 2006 도하아시안게임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모두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인천에서는 단체추발 3연패를 노렸지만 실패했다.
북한의 박홍위(24)도 부자 메달리스트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실패했다. 박홍위의 아버지는 국제 심판 박정철(53)씨다. 아버지 박씨는 1987년 독일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남자 86㎏급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북한 유도 사상 첫 세계대회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남긴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또 사상 최초로 개회식 남북한 동시입장이 이뤄진 2000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농구의 정은순과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기수로 입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심판으로 선임돼 한국을 찾았다. 다만 박홍위는 유도 81㎏급에서 한국 유도의 에이스 김재범에게 막혀 4강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자매… 부자… 금메달 향해 가족이 함께 뛴다
입력 2014-09-23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