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울버린처럼 멋진 내 손 부럽죠?”… 3D 프린터가 선물해 준 ‘영웅 의수’

입력 2014-09-23 03:43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이-네이블링 더 퓨처’에서 제작한 3D 프린터 의수를 착용한 모습. enablingthefuture.org 캡처

[친절한 쿡기자] 얼마전 3D 프린터로 피자를 만들어 먹었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곧바로 자동차를 찍어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미국은 3D 프린터를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 우주에서 온갖 물건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겠다고 합니다. 이제 집에서 무엇이든 뚝딱 ‘프린팅’ 하는 일이 머지않아 보입니다. 심지어 사람의 손가락까지요.

22일 외신에는 ‘울버린 의수(義手)’를 착용하고 장난스럽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 소개됐습니다. 분명 의수인데 사람 손과 전혀 다릅니다.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주인공 울버린처럼 날카로운 손톱 세 개가 그럴듯하게 부착돼 있거든요. 언뜻 보면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의수는 3D 프린터로 제작됐습니다. ‘이-네이블링 더 퓨처(E-Nabling The Future)’라는 비영리단체의 작품입니다.

이 단체는 손가락이 없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의수를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3D 프린터로 제작하자 3000만∼5000만원이었던 비용이 5만원 정도로 저렴해졌거든요. 디자인도 다양합니다. 알록달록한 색깔은 물론 아이언맨의 손처럼 빛이 나오는 의수도 있습니다. 재질도 플라스틱부터 나일론까지 다양하게 시험 중입니다. 3D 프린터 기술의 특성 덕분입니다. 설계도가 오픈소스로 공개돼 가족들이 둘러앉아 아이의 손을 조립하는 풍경도 벌어집니다.

‘이-네이블링 더 퓨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목수였던 리처드 판 아스, 미국의 특수효과 및 소품 제작자인 아이반 오웬이 처음 만들었습니다. 아스는 3년 전 일을 하다가 손가락 4개를 잃었습니다. 의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좌절했던 그는 우연히 오웬의 유튜브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공상과학 전시회를 위해 만든 거대한 손을 시연하는 영상이었습니다.

오웬의 제품은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 손과 흡사합니다. 손 위에 장갑처럼 착용할 수 있는데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거대한 손가락들도 함께 움직입니다. 아스는 오웬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진짜 손가락을 만들어보지 않을래요?” 이 한마디가 오웬을 남아공으로 날아가게 했습니다. 저렴한 의수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던 시간은 같은 아픔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봉사로 이어졌습니다.

성장이 빠른 아이들은 의수나 의족의 교체 비용이 훨씬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3D 프린터 기술이 이들에겐 희망이나 다름없겠죠. 사실 3D 프린터 기술은 악용 가능성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누구든 어디서나 권총을 만들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온갖 테러에 시달리는 지구촌을 시끌시끌하게 했죠. 똑같은 기술도 다른 이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만나면 이렇게 달라집니다. 장애인을 슈퍼 영웅으로 바꾸는 꿈도 현실이 됐으니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