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웨어러블 배터리戰… LG “내가 넘버원” 삼성 ‘固體’ 승부수

입력 2014-09-23 05:08

IT 업계가 과거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스마트 워치, 스마트 밴드, 스마트 안경 등 웨어러블 기기 경쟁에 집중하면서 배터리 업체들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기존 사각형 배터리에서 탈피해 구부러지고 휘는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가는 맞춤형 배터리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업계의 최근 화두는 공상과학과 동일한 알파벳 머리글자인 S·F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 말하는 S·F는 작고(Small), 디자인이 자유로우며(Smart Design), 자유자재로 구부리거나 휠 수 있고(Flexible), 착용 시 멋있어야(Fashionable)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웨어러블 배터리 선봉장 LG화학

LG화학은 S·F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되는 기술을 그대로 반영해 초소형 전지를 만들고 있다. 이 전지는 현재 LG전자의 G워치와 G워치R에 들어가고 있으며, 모토로라의 모토360에도 납품 중이다. 작지만 배터리 용량은 410mAh로 현존하는 스마트 워치용 배터리 제품 가운데 가장 크다. LG화학은 또 지난해부터 2단 이상 계단 구조를 갖는 일체형 ‘스텝트 배터리(Stepped Battery)’를 양산 중이다. 이는 계단 형태로 배터리 높낮이를 조정해 IT 제품의 다양한 디자인에 최적화시킬 수 있다. 뒷면이 둥근 형태의 모바일 IT 기기는 평평한 사각형 배터리를 채용하면 곡면 부위에 활용할 수 없는 공간(Dead Space)이 생긴다. 스텝트 배터리로 교체하면 이 공간에도 배터리를 넣어 용량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LG전자의 해외용 G2폰에 이를 적용한 결과, 배터리 용량이 16% 증대돼 사용 시간도 3시간 이상 늘어났다.

이외에도 LG화학은 곡면 형태의 IT 기기에 최적화된 ‘커브드 배터리(Curved Battery)’도 지난해부터 양산하고 있다. 신체의 곡률에 따라 자유자재로 휘어지는 제품인 ‘케이블 배터리(Cable Battery)’도 개발을 완료해 수년 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케이블 배터리는 발열이 적고, 방수 기능도 있어 목걸이 타입의 줄은 물론, 스마트 워치의 밴드 등 어떤 형태의 기기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초기 개발 모델이 길이 10㎝만으로도 MP3 플레이어를 4시간 이상 사용할 정도로 용량이 뛰어나다. 만약 스마트 워치 내부에 LG화학의 초소형 폴리머 전지를 넣고, 시곗줄을 케이블 배터리로 장착하면 용량을 크게 높일 수 있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할 전망이다.

새로운 배터리로 제패 노리는 삼성SDI

삼성SDI도 웨어러블 기기용 배터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의 이동 경로인 전해질을 현재의 액체 또는 폴리머(겔 형태)가 아니라 고체 물질을 적용한 혁신적인 배터리로, 어떠한 외부 충격이나 환경에서도 절대 터지지 않는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비슷한 수준의 초박막 형태까지 두께를 줄일 수 있다. 이는 의류나 신발, 모자 등에 배터리를 더욱 쉽게 삽입해 제작할 수 있다. 특히 인체와 직접 닿는 웨어러블 의료기기 분야에선 전고체 배터리의 안전성이 부각돼 각광받을 전망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고체 전해질의 핵심 요소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제품을 선보였다.

커브드 배터리 분야에서도 잇달아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초소형 배터리 셀에 적층기술을 적용해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한 커브드 배터리 디자인을 구현했다. 또 ‘V-벤딩’이라는 신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여 초소형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용량을 급격히 늘릴 수 있었다. 이렇게 개발된 커브드 배터리는 지난 4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삼성 기어 핏(Gear Fit)’에 적용됐다. 이외에도 구부리고 펼 수 있는 ‘플렉시블 배터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업계에선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출하량은 2018년에는 3억개에 이르고, 모바일용 리튬이온 전지 시장은 2020년 20조원, 플렉시블 전지 시장은 6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