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中, 해외 M&A 식성 변했다… 자원기업서 소매업·IT업체로 입맛 바꿔

입력 2014-09-23 04:52

중국의 해외기업 사냥에 패턴 변화가 일고 있다. 풍부한 자금을 앞세워 해외자원 기업들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던 국영기업 외에 서양의 매력적인 브랜드와 기술을 찾으려는 민간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영기업과 민간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의 격차도 크게 줄었다.

◇중국, 민간기업 앞세워 M&A 확대=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스티븐 고어 M&A 아·태 대표는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M&A 풍경이 바뀌었다”며 “국영기업뿐 아니라 소비자, 기술 분야의 민간기업들도 화제를 낳는 M&A를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노버는 올 초 구글 모토로라 사업부와 IBM 서버 사업부를 각각 29억1000만 달러(약 3조280억원)와 23억1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4년 전 해외 기업 인수전에 뛰어든 포선그룹은 지난해 뉴욕의 체이스 맨해튼 플라자 빌딩을 7억2500만 달러에 사들였고 지난 1월에는 포르투갈 최대 보험사인 카이하 세구로스 에 사우데 인수에 성공했다. 인수액은 13억5000만 달러였다. 165년 전통의 영국 고급 백화점 하우스오브프레이저도 중국 부동산·유통기업 산파워로 4억8000만 파운드(약 8179억원)에 넘어갔다. 최근 뉴욕 증시에서 상장 대박을 터뜨린 알리바바그룹도 미국 메신저앱 기업 탱고미를 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해외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전개하고 있다.

◇민간기업, 해외 M&A에서 국영기업과 격차 줄어=국영기업은 아직 단일 건수로는 규모가 훨씬 크다. 국영기업 우쾅그룹 산하의 우쾅에너지 유한공사는 지난달 페루의 라스밤바스 구리 광산을 70억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중국 금속기업의 최대 해외기업 M&A 기록이다. 하지만 근래 들어 레노버와 포선그룹 등 민간기업의 해외 인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면서 격차가 줄고 있다. 지난해 민간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사상 최대치인 230억 달러에 이르렀다. 2010년보다 거의 3배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민간기업의 해외 M&A 건수는 188건으로 210억 달러에 달한다. 국영기업과의 차이가 20억 달러에 불과하다. 4년 전만 해도 격차가 240억 달러였다.

◇자원 가격 하락과 반부패 드라이브 영향 때문=민간기업의 해외 M&A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은 우선 해외 자원 가격 하락으로 국영기업의 해외 인수 속도가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가 지난해 2월 캐나다 석유회사 넥센을 151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원유가격은 9%가량 떨어진 상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도하고 있는 반부패 드라이브의 영향도 크다. 중국 정부는 국유기업의 방만한 해외투자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10억 달러 규모 이상인 해외 M&A에 대해 전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기업의 해외기업 인수는 대부분 규모가 작아 규제 당국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