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득점 38실점’.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몰디브 여자축구 대표팀의 조별예선 성적표다. 이들은 21일 한국 대표팀과 맞붙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슈팅 한 번 날려보지 못한 채 0대 13으로 대패했다. 앞선 경기에서도 인도에 0대 15, 태국에 0대 10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이들의 열정만은 금메달감이었다. 경찰과 군인, 정부기관 공무원으로 구성된 몰디브 선수들은 경기에 패한 뒤에도 오히려 이긴 선수들보다 더 환한 표정을 지었다. 지쳐 쓰러진 선수를 서로 일으켜세우며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다른 종목에서도 초라한 성적은 마찬가지였다. 여자핸드볼팀은 20일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7대 57, 21일 일본에 0대 79로 져 예선 탈락했다. 수영 대표팀은 경영 6종목 중 4종목에 출전해 모두 꼴지를 기록했다.
21일 여자수영 400m 계영 예선 경기장에선 ‘꼴찌’ 몰디브 수영선수에게 박수갈채가 쏟아지기도 했다. 몰디브의 마지막 영자는 1위 선수가 도착한 지 1분28초가 지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헤엄쳐 결국 터치패드에 도착했다.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 몰디브 선수에게 문학박태환수영장을 가득 메운 3000여명 관중의 환호성이 터졌다.
몰디브는 1192개 산호섬으로 이뤄진 작은 섬나라다. 2002년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모르와 함께 스포츠 약소국으로 꼽힌다. 프로 리그는커녕 스포츠 인프라도 전무해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 번도 메달을 딴 적이 없다. 동티모르 역시 이번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에서 인도네시아에 0대 7, 태국에 0대 3으로 져 예선 탈락했다.
인천시는 2007년 아시안게임 유치 당시 스포츠 약소국을 대상으로 지도자 파견, 운동장비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비전 2014’를 제시했다. 45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모두가 한 개 이상의 메달을 따 스포츠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인천시는 올해까지 부탄 캄보디아 네팔 등 총 30개국 758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지원활동을 해왔다.
인천=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대패해도 미소… ‘행복한 꼴찌’ 몰디브
입력 2014-09-23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