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진 뒤 처음으로 러시아 곳곳에서 러시아의 개입을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BBC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시위대는 오후 4시쯤 모스크바 중심가 푸슈킨 광장에서 환상도로를 따라 도심 북동쪽 사하로프 대로까지 약 2㎞ 구간을 오후 6시30분까지 행진하며 구호를 외쳤다.
‘평화 행진’으로 명명된 시위에는 자유주의 성향 정당 ‘야블로코’의 지도자 세르게이 미트로힌과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또 다른 야권 지도자 보리스 넴초프 등이 참여했다.
주최 측은 5만명이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했으나 모스크바 경찰 당국은 5000명이 시위에 나섰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기와 “전쟁은 안 된다” “푸틴은 거짓말을 그만해라” “푸틴을 감옥에”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했다. 존 레넌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가 울려 퍼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을 철수하고, 분리주의 반군에 대한 지원 중단을 요구했다. 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 원하지 않는데도 파병됐다면서 이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BBC 등은 이번 시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012년 대통령직에 복귀한 이후 가장 큰 규모였다고 했다.
모스크바 외에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해 사라토프와 페름, 페트로자보드스크, 바르나울, 예카테른부르크 등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고 모스크바타임스는 보도했다. 지금까지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 대통령의 크림반도 병합과 친(親)러시아 반군 지원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는 동안 일부 친정부 성향 시위대가 “평화 행진은 나치 조력자의 행진”이라고 야유를 퍼부었으나 경찰이 두 진영을 갈라놓아 큰 충돌은 없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
“우크라 개입 반대” “푸틴을 감옥에” … 러 대규모 반정부 시위
입력 2014-09-23 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