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22일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25m 권총 단체전 결승전. 속사 마지막 5발을 남겨둔 순간 한국은 1698점, 중국은 1697점으로 1점차 승부가 벌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선 선수는 ‘맏언니’ 곽정혜(28·IBK기업은행). 팽팽한 긴장감이 사격장을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곽정혜는 침착하게 마지막 시리즈에서 10점 만점을 쏘며 경기를 마쳤다. 맏언니지만 긴 무명의 설움을 한꺼번에 날리는 총성이었다. 환호의 도가니속에 선수로 나선 곽정혜와 이정은(27·KB국민은행) 김장미(22·우리은행)는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결과는 한국 여자 대표팀의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첫 금메달 수확이었다. 4년 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아쉬움도 함께 지워냈다. 또 한국 사격대표팀은 전날 10m 공기권총에서 김청용이 금메달 2개를 딴 데 이어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사냥했다.
곽정혜에게 인천아시안게임은 남다르다. 사격 여자 25m 권총 단체전에 나선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지만 이름을 빛낸 적 없는 ‘늦깎이’ 선수였기 때문이다. 실제 곽정혜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갔다. 이달 초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25m 권총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무대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곽정혜보다 한 살 어린 이정은도 이전에는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올해 실력이 급상승한 선수다. 올해 세계랭킹 26위인 그는 2011년 포트베닝 월드컵에서 이 종목 18위를 차지했다. 올해 베이징월드컵에서는 10위였다. 올해 세계선수권에도 도전했으나 37위에 그쳤을 정도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막내 김장미는 한국 여자 사격의 에이스로서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프레올림픽으로 열린 2012 런던월드컵에서 25m 권총에서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며 주목받은 김장미는 4개월 후 런던올림픽 25m 권총에서도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스타가 됐다. 개인적으로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진했던 점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김장미는 20일 열린 10m 공기권총에서 7위에 그치며 메달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김장미는 “내 주종목은 25m 권총”이라고 말했었다. 결국 단체전 금메달을 따내며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다만 이들은 여자 권총 25m 개인전에선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곽정혜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몽골의 오트리아드 군데그마에게 패해 4위에 그쳤다. 김장미와 이정은은 나란히 5, 6위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한국은 여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땄다. 김계남(17·울산여상) 김설아(18·봉림고) 정미라(27·화성시청)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1241.6점을 합작,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천=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인천아시안게임] 마지막 한발 ‘10점 만점’… 무명 설움 한꺼번에 날렸다
입력 2014-09-23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