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등 20여명 외화 5000만 달러 반입… 금감원, 정밀 검사 착수

입력 2014-09-23 03:52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OCI 이수영 회장 등 재벌 총수를 포함한 거액 자산가 20여명이 5000만 달러(약 522억원) 규모의 외화를 국내 반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정당하지 않은 증여성 자금일 수 있다고 보고 정밀검사에 착수했다. 비자금, 탈세 등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에 고발 조치가 이뤄진다.

금감원은 해외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증여성 자금을 들여온 국내 입금자들의 서류를 외국환은행에서 건네받아 검사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 명단에는 신 회장과 이 회장 이외에도 대아그룹 황인찬 회장, 빙그레 김호연 회장의 자녀, 경신 이승관 사장, 카지노업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여 등에 거액의 외환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사 중”이라며 “재벌 총수들의 경우 증빙자료를 제출받는 등 소명 절차가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금조성 경위와 신고절차 이행 등 외국환거래법규 준수 여부를 검사 중이다. 증여성 자금은 수출입 등 정당한 거래의 대가가 아닌 이전(移轉) 거래를 말한다. 거주자가 해외에서 2만 달러 이상 금액을 들여올 때는 반입 목적 등 영수확인서를 은행에 제출해야 한다. 송금할 때는 5만 달러 이상이면 신고해야 한다. 금감원은 상속세 등을 탈세하기 위한 목적의 해외 자금세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반입자금이 투자수익금, 임금, 부동산매각대금 등이라고 밝혔지만 사전에 해외투자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 회장의 경우 900만 달러가량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롯데그룹은 이날 “이번에 들어온 외화는 합병으로 취득한 롯데물산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면서 발생한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송금 받은 것이며, 실제 전액 양도소득세 납부에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금융 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이 회장은 이번에도 소명을 하게 됐다. 이 회장은 외국 현지법인 이사회 의장 재직에 따라 받은 임금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은 중국 지인에게 사업상 도움을 준 대가로 무상으로 증여를 받았다고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한 카지노업자의 경우 반입액이 수천만 달러에 달했다는 얘기도 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반입액이 크고 중요한 법규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 부과, 검찰 고발 조치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경원 김현길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