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계파청산이 중요한 까닭

입력 2014-09-23 03:30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당내 계파주의 청산을 선언했다. 계파정치가 당 분열의 고질적 병폐라는 점에서 문 위원장의 발언은 신선하게 들린다. 침몰하는 배에서 싸운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그의 말은 가슴에 확 와 닿는다. 국민 이익을 앞장서서 챙겨야 할 국회의원들이 계파 이익에 매몰되면 당 지지도는 영영 회복하기 어렵다. 큰 선거에서 이기거나 정권을 잡으려면 계파 청산은 필수다. 계파가 존재하는 한 유능한 외부 인사 영입이나 공정한 공천이 불가능해서다.

문제는 계파 청산이 결코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친소관계로 엮여 그 뿌리가 매우 깊은 데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익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당장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면 계파 보스의 눈에 들어야 한다. 이를 깨려면 당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뛰어난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새정치연합에는 그런 인물이 없다. 문 위원장이 계파를 청산하겠다면서 청산 대상인 계파의 보스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한 것은 이런 현실적 어려움 때문이라 하겠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새정치연합이 단기간에 계파를 청산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은 각종 당론을 모을 때 계파의 이익을 떠나 당의 이익과 국민의 이익을 앞세우는 노력을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노선 갈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당이 침몰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특별법과 국회 정상화 협상은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월호법 협상과 관련해 강경 일변도였던 문재인 의원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고 고집하는 유가족들을 설득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은 전당대회가 개최될 때까지 수개월 동안 당을 이끌어갈 지도부인 만큼 당론을 정할 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계파 보스의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당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다. 명색이 공당이라면 대외적으로는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