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논란이 요란한데 국내외 저명한 경제학자 두 명이 자본주의 관련 서적을 잇달아 출간했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다. 두 사람은 건강하고 건전한 자본주의 경제를 위한 분배와 세금 문제를 주요하게 다뤘다.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실화한 증세 필요성
추석 연휴 전부터 세금 관련한 얘기는 귀를 솔깃하게 했다. 주머니에서 얼마가 더 빠져나갈까 하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발언과 정책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일반인들로서는 그 내용을 따라잡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분위기로는 곧 경제 변혁이 올 것만 같다.
하지만 담뱃값 인상부터는 좀 혼란스럽다. 재정적자를 메우려 서민 호주머니를 터는 ‘우회 증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 공약의 파기 선언이라느니 옥신각신한다. 급기야는 ‘부자 증세’ 논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계속 “∼가 아니다”며 발뺌한다.
증세 불가피성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들의 복지정책 분담 거부에 직면하면서 현실화된 게 아닌가 한다. 지난해부터 시·도지사들이 복지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을 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최근엔 기초자치단체장들도 거들었다. 담뱃값 인상에 이어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으로 지방세를 어느 정도 보전해주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자치단체들은 이마저도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다. 교육예산이 삭감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발표되자 이제 교육감들이 각각의 예산편성을 하지 않겠다고 반발한다.
이 정도 상황이면 찔끔찔끔 미봉적 재정확충 방안으로는 재정적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성싶다. 재정적자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충분히 우려됐었다. 새삼스럽지도 않은 재정적자 문제와 그 해결책으로서의 증세 문제 거론은 만시지탄일 뿐이다. 이전 정부에서의 법인세 인하 등 꼬인 부분들을 찾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게 옳은 수순이다.
합리적인 직접세 인상으로
복지비용과 교육비용은 선진국화될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선 선진국들을 보면 쉽게 확인된다. 사회안전망과 교육기회를 다양하게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거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툭하면 삭감하고, 유보하거나 없애려고 한다. 그렇지만 이를 구축해야만 국민들이 실패한 삶을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고령화가 급진전된 우리 사회로서는 건강하게 경제활동을 지속할 여건이 필요하고, 교육도 평생교육으로 이행돼야 한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의 말마따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도 증세는 필요하다. 그는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 혜택을 많이 주기엔 엄연히 한계가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주민세 인상에도 힘을 실었다. 하지만 균형과 합리를 저버린 과세와 증세로는 국민을 설득하기 어렵다. 지금 적자예산을 편성하고, 간접세라는 미명 아래 감춰진 세금들만 올리고 있다. 잘사는 사람들이야 뭐가 부담이겠는가. 없고 쪼들리는 사람들만 더 팍팍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필요한 복지의 비용을 수요자들로부터 거둬 충당한다는 식의 기막힌 발상을 정부가 혹여 감추고나 있지 않은지 의심마저 든다.
사회 양극화로 빚어지는 국민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선 소득세나 누진 재산세, 상속세, 법인세 등을 인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증세 논란에서 자꾸 뒷걸음질칠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을 솔직하게 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옳다. 직접세 증세의 필요성은 앞의 두 경제학자도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김용백 사회센터장 ybkim@kmib.co.kr
[돋을새김-김용백] 정부, 증세에 솔직해져야
입력 2014-09-23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