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5년… 허미정 우승컵 들다

입력 2014-09-23 03:15

올 시즌에 돌입할 때까지만 해도 허미정(25)은 그저 그런 선수였다. 2009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첫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첫 승을 따냈지만 이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해도 23개 대회에서 겨우 11번만 컷을 통과했다. 상금(13만2500달러) 순위는 75위에 불과했다.

올해도 18개 대회에 출전해 8차례나 컷 통과에 실패했고, 8월 중순까지 톱10에 한번도 들지 못했다. 그런 허미정이 최근 전혀 다른 선수가 돼 나타났다. 8월말 포틀랜드 클래식에서 시즌 첫 톱10(공동 9위)에 들었다. 5년전 우승했던 세이프웨이 클래식이 포틀랜드 클래식으로 이름이 바뀌어 친숙한 대회였다. 상승세를 탄 허미정은 지난 14일 끝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마지막 날까지 선두 경쟁을 벌이며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쳤다.

마침내 22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의 로버트 트렌트 존스 골프트레일(파72)에서 끝난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허미정은 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 5년 만에 정상에 다시 섰다.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17언더파 271타)가 마지막까지 추격했지만 허미정의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우승상금 19만5000달러를 보탠 허미정은 상금랭킹이 26위(46만6400달러)로 급상승했다. 3개 대회 연속 톱10에 든 허미정의 활약으로 올 시즌 한국선수들은 6승을 합작했다.

허미정이 최근 호조를 보인 데는 퍼팅의 정확도가 높아진 것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올해 드라이버 비거리 61위(251야드), 그린적중률 121위(63.9%), 페어웨이 안착율 143위(63%)로 통계적으로 평범했다. 하지만 퍼팅 정확도만큼은 라운드당 28.94개로 2위인 박인비(28.99)를 제치고 LPGA 1위에 올라있다. 안정된 쇼트게임을 바탕으로 가급적 홀에 가깝게 붙여 적은 수의 퍼트로 경기를 끝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몸에 배었던 페이드 구질을 드로 구질로 바꾸기 위해 3년 동안 스위 교정을 한 것이 이제야 빛을 보게됐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