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노트] (36) 머리 모양, 스타일의 토양

입력 2014-09-23 03:09
아베다 제공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한 여자는 생머리 상태의 단발이고 다른 한 여자는 어깨 길이의 파마 스타일을 하고 있다. 직선을 그리는 생머리 단발은 가뿟하고 ‘구불거림’을 동반한 파마는 중후하다. 같은 차림을 한 중년의 두 여인임에도 세련미를 피력하는 정도는 퍽 다르다. 머리 모양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광경이다. 옷을 아무리 잘 입어도 머리의 자태가 바로 서지 않으면 옷도 무용지물이다. ‘바로 섰다’는 의미는 옷에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 얼굴을 살려줘야 한다는 것, 촌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 스타일이 중요하다고 여긴 것은 파마나 컬이 들어간 단발을 한 엄마들이 비슷비슷하게 보인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관리하기가 편하다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곡선을 그리는 머리카락의 모임은 ‘엄마’의 부드러움을 내주는 대가로 개성과 세련미를 앗아가고 있어 달갑지 않게 다가온다. 물론 그럭저럭 어울리는 경우도 있긴 하나 ‘개개인’을 ‘모두’로 둔갑시키는 ‘어깨 길이 파마’ 사랑은 멋을 압박하는 위협으로 비친다.

멋은 의상과 머리 모양, 화장이 의기투합하여 양산하는 양질의 분위기다. 이 양질의 분위기를 나는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스타일은 머리가 주도할 수도 있고 의상이 이끌어갈 수도 있다. 화장은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정립되면 자리를 잡게 된다. 옷이나 머리나 편안함만 갈구해서는 멋을 구하지 못한다. 옷처럼 머리도 각별한 관심을 요구하는 응석둥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김은정(패션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