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용 사표 왜? 靑에 안밝힌 비리 수사당국에 포착된 듯

입력 2014-09-22 04:56
송광용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사표 미스터리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서울교대 총장 등을 역임할 당시의 비리 의혹이 송 전 수석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최근 송 전 수석의 과거 비리 의혹이 수사 당국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수사 당국이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고 사안을 자체적으로 추가 조사한 청와대는 이 의혹이 가볍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21일 “송 전 수석이 자신과 연관된 비리 의혹을 청와대 수석 임명 이전에 털어놓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리 의혹의 경중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내용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직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송 전 수석이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는 “송 전 수석이 비리를 주도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안다”면서 “송 전 수석은 비리 의혹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이 청와대에 누가 될까봐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전 수석의 구체적 비리 의혹에 대해선 여권 관계자들이 함구하고 있다. 다만 교육계 재직 당시 벌어졌던 일이라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이다. 송 전 수석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이후 평생 교육계에 몸담아 왔다. 송 전 수석은 고위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본인·부인·아들 명의로 모두 14억9274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지난 6월 23일 임명돼 청와대에서 근무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송 전 수석이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캐나다·미국 순방일인 지난 20일 갑자기 사표를 제출하면서 의혹은 증폭됐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의 갈등설까지 나돌았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평생 학자로 지낸 송 전 수석이 청와대 업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또 교육 분야 외에 체육·관광 분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어서 인천아시안게임 등 체육·관광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설명도 있었다.

송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청와대는 다시 한번 궁지에 몰릴 것으로 분석된다. 비리 의혹의 내용에 따라 그 화살이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송 전 수석의 사의 내용이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 정부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이었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인수위 출범 엿새 만에 자진사퇴한 배경 등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